선 넘은 ‘쿠친’에 놀란 쿠팡, "담 넘지마" 긴급 재교육

광주 '쿠친', 이달 초 고객 집 담 넘어 배송 발각
배송SOP 내려보내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부심'
나스닥 상장 앞둔 시기…떨어지는 낙엽도 조심
  • 등록 2021-01-18 오전 10:41:18

    수정 2021-01-19 오전 10:08:44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국내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의 배송직원이 월담을 하다가 피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쿠팡은 이 사실이 지상파 뉴스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자마자 전 직원들에게 긴급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스닥 상장을 앞둔 민감한 시기 사회 문제화할라 재빨리 단속에 나선 것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주말 ‘쿠팡친구’(로켓배송 담당 배송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배송을 위해 직접 담을 넘는 행위 △담 너머로 상품을 던지는 행위 △고객의 요청에 따라 집안에 진입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알렸다. 특히 ‘담을 넘어 배송하는 것은 주거침입’이라고 붉은색 글씨로 강조했다. 이런 ‘배송 프로세스 준수는 쿠친의 의무’라고도 했다.

이번 지시는 ‘올바른 배송 프로세스를 만드는 배송SOP’로 이름 붙여졌다. SOP는 ‘스탠다드 오퍼레이팅 프로시듀어’(Standard Operating Procedure)의 영문 앞글자를 딴 약자인데, 흔히 ‘표준운영절차’로 번역된다. 조직의 예규 또는 내규에 해당한다.

쿠팡이 이 같은 배송SOP를 내려보낸 건 지난 15일 오후 늦게 보도된 사건 때문이다. 이날 한 방송에는 지난 6일 낮 광주 남구에서 쿠친의 유니폼인 파란색 조끼를 입은 남성이 여성 고객의 집 담을 넘다가 현장에서 적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일이 보도됐다.

쿠팡 측은 고객의 항의 전화에 무단침입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해당 쿠친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길을 잘 몰라 담을 넘은 것일 뿐 다른 의도를 가지고 침입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사진=독자 제보)
이어 쿠팡은 16일 메시지를 통해 전 직원 단속에 들어갔다. 쿠팡 측은 “기존에 교육했던 내용을 리마인드(상기) 시키는 차원에서 재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발 빠른 대처는 한때 미담 제조기로 칭송을 받던 쿠팡맨에 대해, 고객들이 싸늘한 시선으로 돌아선 경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쿠팡은 지난해 5월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부정적 여론에 휩싸인 바 있다. 집단감염 책임을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쿠팡에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사실과 달랐지만 입을 꾹 닫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쿠팡 스스로 사태를 키운 꼴이 됐다. 쿠팡은 결국 두 달 뒤인 같은 해 7월 배송직원 명칭을 쿠팡맨에서 쿠친으로 6년 만에 변경했다. 고객에게 친구처럼 더욱 친밀하게 다가가고 점차 늘고 있는 여성 배송 인력도 고려했다는 게 대외적인 명분이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쿠팡맨이 뒤집어쓴 오명들을 털고 가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쿠팡에 따르면 쿠친은 2014년 50명에서 2020년 현재 1만 명이 넘어 약 200배 증가했다. 거대 조직이 된 만큼, 개인의 일탈이 언론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올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인 나스닥 상장에 괜한 걸림돌을 만들지 않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나스닥 상장에 앞선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오는 3월 나스닥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때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숙원인 상장을 코앞에 두고서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반길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일부 쿠친은 “고객과 연락이 닿질 않아 물건을 문 앞에 두고 가면 나중에 분실 사고가 나거나 욕설을 하는 고객도 있다”면서 “담을 넘은 건 분명히 잘못했지만 일견 동정이 가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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