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월드컵 한국 국가대표 예비엔트리 11인에 포함된 김재민(23)씨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이같이 밝혔다. 더운 날씨의 훈련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막아내던 골키퍼 김씨는 작년 홈리스월드컵에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친구들의 추천으로 이번 월드컵에 지원하게 됐다. 김씨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키워 남들 앞에 나서보기도 하고 성격을 바꿔보고 싶다”고 웃음을 보였다.
최고기온 32도에 육박한 2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풋살장에는 11명의 홈리스월드컵 국가대표 후보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날 훈련은 바이에른 뮌헨의 세계적인 수비수 누사이르 마즈라위를 비롯한 코치 스태프도 함께 했다. 이들은 뙤약볕이 내려 쬐는 그라운드에서 패스 연습부터 드리블 연습, 미니 게임까지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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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오는 9월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는 홈리스월드컵 2024에 한국 국가대표로 참여할 예정이다. 홈리스월드컵은 ‘축구가 사람의 삶과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세계인들이 함께한다. 영화 ‘드림’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팀은 자립준비청년, 위기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난민, 지적장애인 등 주거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함께 한다. 이번에 대표팀 후보로 발탁된 이들은 자립준비청년 4명, 보호시설 청소년 4명, 난민 2명, 장애인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지적 장애가 있는 정성덕(51)씨는 2002년 한국 축구 대표팀이 이뤘던 4강 신화를 재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씨는 “원래 축구를 좋아해 대표팀에 지원했다”며 “공격수로 뛰면서 5골을 넣어 4강에 가는 것이 목표”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축구 연습을 하는 등 다음달 대회를 위해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난민 신청자도 2명이 포함됐다. 압도적인 피지컬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완지(27)씨는 “오늘 바이에르 뮌헨 코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감사했다”며 “(다음달 열리는 월드컵에) 다양한 나라에서 모이기 때문에 선수들을 다양하게 만나며 많은 문화를 배워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간절함에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무더운 날씨 쉬는 시간까지 반납하고 패스 연습을 하던 김성준(25)씨는 “세계적인 선수, 코치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이런 경험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며 “경기에 뛰고 싶었고 간절했다. 다음달 대회에서 한 번이라도 이겨 선수들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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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과정을 참관했던 제임스 맥미킨 홈리스월드컵재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년의 역사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소외된 이들 또는 경계에 있는 이들을 돕는데 힘써왔다”며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사회적 혁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만큼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제임스 COO의 설명이다.
디터마이어 바이에른 뮌헨 수석부회장 역시 “홈리스월드컵은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주거 안정을 줘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바이에르 뮌헨 역시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이 자리에 왔다. 선대 회장님께서 클럽에 계시는 동안 사회적 의제를 강조한 만큼 우리도 이 정신을 가져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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