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25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총파업에 나선 가운데 전국 학교 4곳 중 1곳이 대체급식·도시락 지참 또는 학사일정을 조정해 점심 이전에 수업을 마쳤다. 이에 학부모들은 “밥 대신 빵이 말이 되냐”며 불만을 표하고 나섰다.
|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총파업에 나선 25일 서울 동작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대체급식으로 빵과 음료를 받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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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5일 오전 11시 기준 17개 시도교육청 관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참여 현황을 파악한 결과 급식대상학교 1만2570개교 중 3181개교(25.3%)가 총파업의 영향으로 대체식 등을 실시하거나 학사일정 조정으로 점심 이전에 수업을 마쳤다. 빵과 우유 등 대체식을 제공한 학교는 2780개교(22.1%)였으며 도시락 지참 등은 247개교였다. 학사일정 조정으로 점심 이전에 수업을 마친 학교는 154개교였으며 정기고사 등으로 급식을 미실시한 학교는 11개교였다.
서울 지역 학교의 피해는 전국 대비 덜했다. 서울 지역 1413개교 중 144개교(10.2%)가 대체급식 또는 미급식을 결정했다. 나머지 1040개교(89.8%)는 급식을 정상적으로 운영했다. 경기의 경우 학교 2708개교 중 868개교(32%)가 대체식을 제공하거나 급식을 중단했다.
학교 현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총파업을 넘겼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역 A초등학교 관계자는 “샌드위치와 주스, 계란 등이 대체식으로 제공됐는데 차질 없이 배식이 진행됐다”며 “항의하는 부모나 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매년 이맘때쯤 급식노동자 등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해왔기 때문에 경험이 쌓여서 여러 노하우가 늘었다는 게 A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파업으로 학교 급식에 차질을 겪은 학부모들은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대체급식에 대한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강력하게 불만을 표했다. 경기 일산에서 초3 아들을 키우고 있는 박모(38)씨는 “샌드위치에 우유로 아이가 저녁까지 버틸 수 있겠나”라며 “한창 클 아이들인데 학교에서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맞벌이 부부들은 더욱 힘들었다는 입장이다. 일산에서 초2 딸과 초5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모(41)씨는 “아이가 빵이 싫다고 해서 출근 준비에 바쁜 아침에 도시락을 2개 싸는데 울화가 치밀어 오르더라”며 “아이들을 등교시킨 뒤에 교육청에 전화해 ‘아이들을 볼모 삼아 그러지 마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돌봄의 경우 행정직원 등 교직원들이 적극 투입돼 공백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돌봄교실 1만2526개실 쭝 미운영 돌봄교실수는 701개실(5.6%)에 그쳤다. 반을 합쳐 돌봄 교실을 진행한 것을 고려해보자면 소수를 제외하고 돌봄 공백은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교육공무직원은 전체 16만8625명 중 2만1480명(12.7%)으로 나타났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서울 여의대로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차별 없는 임금체계 △급식실 폐암 산업재해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학비연대는 이번 총파업을 기점으로 다음달 지역별 총력투쟁 등을 이어가며 교육 당국과 집단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