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치적 침식 막아야"…대만, 자체 AI 언어모델 개발

中바이두 '어니봇'에 차기 대만 총통 질문했더니
"대만 상황 어떻든 중국과 대만은 하나" 답변
자체 AI 생태계 구축 위해 7400억원 예산 배정
  • 등록 2024-01-26 오후 3:02:35

    수정 2024-01-26 오후 3:02:3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대만이 약 7400억원을 들여 자체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중국의 정치적·문화적 침식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사진=AFP)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바이두가 챗GPT에 대응해 선보인 ‘어니봇’(Ernie Bot)에 ‘최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누가 승리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라이칭더”라고 정확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곧바로 “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하나뿐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어니봇이 친미 후보 당선에 대한 중국 외교관들의 발언을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정치적·문화적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는 어니봇뿐 아니라 틱톡이나 샤오홍슈 등과 같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서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만은 중국 기술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새로운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174억 대만달러(약 743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740만 대만달러는 신뢰할 수 있는 AI 대화 엔진이자 언어 모델인 ‘타이드’(Taide)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구축한 플랫폼은 기업, 은행, 병원 및 관공서 등에서 이메일 작성 및 회의 요약 등에 제공될 예정이다.

AI 칩을 제조할 수 있는 대만 TSMC도 합류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타이드 프로젝트 조정관인 리유지예 대만 국립 자오퉁대 교수는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는 대규모 언어모델이 필요하다. 여기엔 지식 시스템뿐 아니라 핵심 가치인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타이드의 개발자들은 현지 언론 및 정부 기관으로부터 콘텐츠 라이선스를 받은 뒤, 해당 자료를 메타 플랫폼의 오픈소스 대규모언어모델(LLM)인 ‘라마2’에 추가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장점 중 하나는 중국에서 사용되는 간체자가 아닌 대만에서 쓰이는 번체자로 콘텐츠가 표시된다는 것이다. 다만 챗GPT와 같은 제품과 비교하면 범위가 제한된다. 아울러 메타 또는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수십억달러를 투자해주는 곳도 없어 개발 자금은 미미하다.

하지만 타이드의 개발자들은 “대만의 모델이 효과적이기 위해 챗GPT와 같은 리더의 힘에 필적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종 제품은 대만 서버에 보관될 것이기 때문에 민감한 은행, 의료 및 공식 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자체 개발을 통해 언젠가 대만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의 기술정책 책임자인 폴 트리올로는 “쉬운 게임은 아닐 것”이라며 “지속적이고 수많은 노력과 자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자체 언어모델 개발이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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