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날리면?… 음성인식 전문가 “尹 발언 논란, 진짜 문제는”

음성인식 전문가 성원용 교수
자동음성인식기 실험 결과 공개
  • 등록 2022-09-30 오후 12:51:20

    수정 2022-09-30 오후 12:51:20

(사진=MBC)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논란’에 대해 음성인식 전문가는 어떻게 들었을까. 성원용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데이터 변조”라는 분석을 내놨다.

성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엉터리 자막은 음성 편집 변조와 비슷한 역할”이라며 “언론의 입장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데이터 변조는 사소한 것이라도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왜 어떤 사람에게는 ‘바이든’이라고 들리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게 들릴까?”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재정회의에 참석 후 나오면서 측근들과 한 발언을 MBC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자막을 달아서 방송하였다. MBC와 야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모욕했다 주장하지만, 나의 경우 그 소리를 직접 여러 번 들었는데, 절대 저렇게 들리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연 ‘바이든’이라고 듣는 사람들의 귀가 더 예민하다 믿을 근거는 없다”라며 “나는 오랫동안 음성인식을 연구하였는데, 음성인식은 단지 귀에 들리는 소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선 “사람들의 발음이 너무 엉터리이기 때문”이라며 “음성인식 과정에서는 인식률을 올리기 위해 소리를 들어서 얻는 음향정보(acoustic information)와 내용을 따라가며 얻는 사전정보(prior information)를 결합한다. 특히 잡음이 많은 음성의 경우 사전정보에 더 의지한다”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성 교수는 “사람들은 듣는 것뿐이 아니고 시각은 물론 거의 모든 판단에 사전정보를 이용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은 시각적 판단에서 사전정보가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라며 “그런데 사전정보는 사람들을 편견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특정 국가, 지역, 또는 인종만 나오면 혐오심이 막 분출된다. 이 사람이 그 국가나 지역, 인종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니라, 대개 그런 적개심을 가지도록 사전정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명사회는 이러한 사전정보가 유도하는 편견과 적개심의 고취를 막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가장 중요한 역할을 교육과 언론기관이 맡고 있다”라며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은 매우 잡음이 많고 불분명한데, 여기에 MBC는 자의적으로 자막을 달아서 송출하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자막대로 듣는다. ‘소리’를 따라 듣지 않고, ‘자막’을 따라 듣는다. 자막이 매우 선명한 사전정보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자막이 있는 외국어 방송은 잘 들리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또 “‘바이든’이라고 들린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미 자막을 보았기 때문”이라며 “내가 대통령의 발언을 자동음성인식기에 넣어 보았다. 내가 시험한 어떤 음성인식기에서도 ‘바이든’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가장 정확한 네이버 클로버 음성인식기의 경우 나오는 답은 ‘신인 안 해주고 만들면 쪽팔려서’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제의 핵심은 데이터 변조”라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엉터리 자막은 음성 편집 변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언론인이나 연구자의 주장과 입장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데이터 변조는 사소한 것이라도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연구자 윤리에서도 데이터 변조는 최악의 위반으로 간주한다. 물론 대통령이 사용한 일부 단어는 좀 거칠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엉터리 자막 편집과 비교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무엇보다도 야당이나 일부 언론도 이 사항을 가지고 MBC를 옹호할 일이 아니다. 데이터 변조가 언론의 자유와 혼동이 된다면 정직과 투명,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거짓말과 술수, 선동이 난무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왕인실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국민도 귀가 있다. ‘바이든’이라고 욕을 하지 않았는가”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거짓말을 하고 겁박한다고 해서 생각이 바뀌거나 들었던 사실이 없어지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은) 잘못을 했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언론사를 겁박하고 책임을 묻겠다.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나”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진상을 규명하는 첫 번째 길은 ‘내가 무엇이라고 말했으니 이와 다르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되는 것 아닌가”라며 “본인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한 말이 맞을 것이다. ‘나는 기억을 못 하니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상식에 부합하는 말인지 의문이 든다. 국민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거듭 비판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공석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저도 대통령에게 여쭤봤는데 사실 그런 것을 본인도 잘 기억하기가 어렵고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뉴욕 행사장에서) 쭉 나오면서 이야기한 건데”라며 “앞 부분(이 XX)도 대통령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나중에 (영상 녹취를) 들어보니까 너무 불분명한 것”이라며 “불분명한 것을 기사화할 때는 그 말을 한 사람에게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일부 언론에서) 그런 것을 안 거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짜뉴스만은 좀 퇴치해야 하지 않나. 과거에도 선진국 같은 곳에서는 (가짜뉴스를) 경멸하고 싫어하는데 저희는 좀 관대하다”라며 “전에도 예전부터 광우병 등 여러 사태에서 있었듯 가짜뉴스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이간질할 수도 있어서 저희는 엄중하게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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