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비 1300만원 자랑하던 밥집, 지금도 버틸까?

육수 제조하며 쓴 가스요금 인증으로 모객하던 A식당
흔하던 상술이지만 지금은 월 가스비만 250만원 늘어 부담
불때는 비용 늘어나자 아예 육수 사다쓰려는 움직임도
  • 등록 2023-02-03 오후 1:17:17

    수정 2023-02-03 오후 1:18:27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수년 전만 해도 국밥집에서 ‘가스비만 수천만 원 나왔다’는 고지서가 맛집을 인증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함부로 도전하기 어려운 상술이다. 가스비가 크게 오르면서 육수를 우려내느니, 밖에서 사오는 편이 낫다는 푸념이 요식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016년 1월 가스요금 1329만원 나온 어느 식당의 요금 고지서.(사진=요식업계)
3일 요식업계에 따르면, 2016년 1월 서울 양천구 A 해장국집의 가스요금 고지서가 식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그달 30일 동안 영업하는 동안 사용한 가스의 요금으로 1329만여원이 부과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음식에 쓰는 육수를 직접 우리는 A 식당은 가스요금 고지서를 가게 안에 배치해 고객에게 공개했다. 육수를 제조하는 양과 시간이 많고 길어질수록 가스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다는 점을 이용해 고객의 신뢰를 얻으려는 전략이었다. 가스요금 고지서를 모객에 쓰는 전략은 이 식당이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가스비가 오르면서 이런 상술을 계속하는 부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이달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요식업체(민수용 일반) 동절기 기준으로 1메가줄(MJ)당 16.9원이다.

이를 A 식당이 가스요금 고지서를 공개한 시점과 비교해보면, 당시 가스요금은 1MJ당 14.2원으로 이달까지 19% 상승했다. A 식당이 2016년 1월처럼 가스를 쓰면 현재는 252만원이 증가한 1581만원을 내야 한다. 단순히 계산하면, A 식당의 연간 가스비는 지금이 당시보다 3024만원 늘어난다.

그런데 이 기간 가스비가 오른 게 아니다. 주요 에너지원인 전기료(일반용 전력 저압 겨울철 기준 7.6%↑)뿐 아니라 인건비(최저 시급 59.5%↑)도 크게 상승했다. 원자재값 상승분도 빠뜨릴 수 없다.

통상 식당에서 육수를 우리면 적어도 하루 십수 시간 동안 불을 때는 과정이 동반된다. 화력은 장작 등으로 조달하기도 하지만 가스가 일반적이다. 일부 식당은 영업 종료 이후에도 밤새 육수를 제조하느라 직원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스비 등 원가가 오른 걸 만회하려면 음식값을 올려야 하지만 고객 이탈이 우려돼 어려운 결정이다. 이러니 육수를 직접 제조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진다. 가스비가 오른 것보다 앞으로도 전방위로 원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부담을 가중한다.

자체적으로 맛을 내기 위해 육수 직접 제조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이들은 이윤을 어디까지 맞출지 셈이 복잡하다. 외부에서 육수를 구매해 사용하는 식으로 원가를 낮추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편으로는 육수 기반 요식업의 원가를 따지는 것이 창업에 변수로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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