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논란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이번엔 국회 벽 넘나

실손보험비 청구, 병원이 해주는 보험업법 개정안
與 김병욱 의원도 발의…21대 국회서만 4명째 발의
의료계 반발 여전..."심평원 대신 핀테크로 하자"
'국민 편의 제고' 다음달 중 여야 합동토론회도 예고
  • 등록 2021-04-14 오전 11:02:18

    수정 2021-04-15 오전 7:06:45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30대 박모씨는 지난해 자궁내막증 수술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 박씨는 통원마다 주사를 맞고 있는데, 그때마다 5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박씨는 매번 보험사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영수증을 찍어 실손보험비를 청구하고 있다. 하지만 깜빡하거나 영수증을 받지 않아 되돌아가야 했던 날도 있다. 그때마다 병원에서 바로 실손보험 청구가 되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했다.

답보상태 실손보험 간소화 이번에는 가능할까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與도 野도,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법안 발의

실손보험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입건수가 3466만건(단체보험)에 달하는 ‘제2의 건강보험’이다. 하지만 가입자 중 99%가 영수증이나 진단서 등을 종이로 뗀 후, 이를 팩스나 메일, 직접전송 등의 형태로 보험금을 받는다. 소비자의 불편이 심하다 보니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조차도 “우리나라처럼 정보통신(IT) 기술이 발달한 나라에서 종이서류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자신의 영수증을 일일이 보험사에 발송하는 대신 의료기관이 직접 전산을 통해 보험사로 전송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1소위에서 논의됐지만, 끝내 계류됐다. 법안소위는 만장일치가 관행인데, 당시 3명의 의원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3명의 의원은 의료계의 반발 등을 고려해 추가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와중에 올해 4월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에 올랐다.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회기에 실손보험 간소화에 대한 논의를 해보자는 얘기다. 지난해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만 무려 네 번째 발의다.

심평원 불신하는 의료계…고양이 목에 방울 걸까

하지만 의료계는 법안 추진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보험업법 개정안에서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비를 계산하면서 병원에 실손보험 청구를 요청한다면 병원이 전자문서를 전문기관에 보내고 이 전문기관이 보험사로 전달하는 방식을 틀로 삼는다.

전문기관은 건강보험심의평가원(심평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별 병원들과 네트워크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심평원의 전산망을 보험사과 연결하면 간소화가 바로 가능해서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법안에 아예 전문기관을 ‘심평원’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진단서에 기재된 비급여 내용이 의료 수가를 조정하는 심평원에 들어가면, 결국 정부가 의사들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영역은 의사들의 가장 큰 수익원이라는 이유가 크다는 지적이다.

민간보험 영역인 실손보험 청구를 계약 당사자도 아닌 의료기관이 맡아서 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이 민간보험이 요구하는 대로 서류를 전송하면 불필요한 행정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1일 민형배 의원과 토론회를 열고 법 개정이 없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맞불을 놓았다. 환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달라고 요청하면 병원이 입증 자료를 환자의 스마트폰 등으로 보내고, 환자는 핀테크 앱을 통해 각 보험사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행정업무의 불필요함은 견딜 수 있지만,심평원은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얘기다.

실손보험 간소화, 국민편의-의료계 의견 합의점 찾아야

그러나 보험업계는 심평원이 제외되면 현실성이 없다고 반발한다. 이미 개별의료기관과 약국 등 9만4000여 곳과 네트워크를 연결한 심평원이 있어야 청구 ‘간소화’가 된다는 것이다. 간편 청구를 돕고 있는 핀테크 앱이 나와 있지만 현재 제휴하고 있는 병원은 100여곳에 불과하다.

현재 국회는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정보를 받더라도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윤창현 의원안) 전문중계기관이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 또는 보관할 수 없도록(김병욱 의원안) 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정무위 의원들은 의료계의 반발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국회 관계자는 “법안을 발의하거나 공동으로 이름만 올려도 지역구에서 겪는 압박이 크다”면서 “논의를 통해 서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에 따르면 여당의 김병욱 의원과 전재수 의원은 물론 야당 측 정무위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과 함께 다음달께 토론회도 준비 중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두고 국민 편의와 의료계 반발의 중간지점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2018년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7.5%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로 △금액이 너무 적어서 73.3%(복수 응답)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어서 44.0% △증빙서류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 30.7% 순이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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