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사건만 검찰에 ‘공소권 유보부’ 이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성윤 황제 조사’ 의혹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공수처가 또다시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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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수처가 검찰에 넘긴 사건 중 수사 완료 후 재이첩을 전제로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한 경우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 관련 이 지검장과 이 검사 사건 1건이다.
지난달 3일 수원지검은 해당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검사 임용 전 사건을 수사할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지난달 12일 수원지검에 사건을 재이첩했다. 공수처는 이첩과 동시에 두 피의자에 대한 공소권은 공수처에서 행사하겠다며 ‘수사 완료 후 송치’를 검찰에 요구했다. 공수처법상 판·검사,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 공무원의 비리 사건은 공수처에 ‘전속 관할권’이 있다는 근거에서다. 다만 수원지검은 공수처의 요청을 거부했다. 수원지검은 지난 2일 이 검사 등을 불구속 기소했고, 이 지검장에 대해선 기소 여부를 최종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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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 주장대로 이첩 기준도 마련이 되지 않은,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주장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사건 공소권 유보부 이첩도 문제가 있지만, 유보부 이첩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라는 것은 중차대한 사안인데, 법률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인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청장 출신 이완규 변호사도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률은 상위법인 헌법에 위반해서는 안 되며 명령·규칙은 법률에 위반해서는 안 된다. 명령·규칙으로 법률 사항을 규율하려는 것은 법치주의의 부정이다”며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 이는 공수처의 ‘내부 사항’을 말하는 것으로, 내부 규칙으로 다른 기관에 이래라저래라 규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날(12일) 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한 공수처는 사건 ‘이첩 요청권’을 골자로 한 사건·사무 규칙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7일 이첩 요청권의 세부 기준을 정하기 위해 검찰·경찰·해경 등 관계 기관에 의견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오는 14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