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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마냥 좋아한다고만 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 치밀한 기획과 수많은 노력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이버가 만화책을 스캔해 온라인으로 유통하던 시절(네이버만화)인 2004년, 그는 말단 사원으로 ‘웹(web)과 ’카툰(cartoon·만화)’를 합쳐 ‘웹툰’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기획했다.
만화잡지 시장이 망가지기 시작하던 그 당시, 그는 네이버웹툰을 ‘아시아의 디즈니’로 만들겠다는 총 36년에 걸친 장기로드맵을 만들었다. 첫 단계는 웹툰을 사업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에서 공짜로 만화를 보던 시절 그는 무료로 보여주는 틀은 유지하면서도, 먼저 후속편을 보려면 돈을 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입이 많지 않던 작가들도 돈을 벌 수 있도록 인터넷 광고수익을 나눠주는 방식도 채택했다. 다양한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도전만화’ 시스템도 시작했다.
도전만화는 이용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일부 작품에 한해 정식 연재 기회를 부여하는 ‘열린 창작 생태계’로 불린다. 기성 만화가로부터 평가절하를 받았던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 ‘노블레스’ 손제호·이광수 작가,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김규삼 작가 등이 탄생한 배경이다.
김규삼 작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 직후 뉴욕특파원과 간담회에서 “출판 잡지 연재에서 잘리고 시장에서 퇴출당했던 시절 김준구 사원이 전화를 줘 만나러 갔던 시절이 생각난다”며 “김 대표는 암담했던 시절 나를 살려준 은사다”라고 그를 추켜세웠다.
한국시장에서 웹툰 시장을 만든 그는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2단계로 일본, 프랑스 등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콘텐츠가 네이버웹툰 플랫폼을 타고 아시아, 유럽, 미국으로 확산하고, 현지에서 또 다른 작가들이 콘텐츠를 생산한 뒤 한국에 다시 전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고, 네이버웹툰의 기업가치는 더욱 더 커졌다.
3단계는 지식재산권(IP) 확보다.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가 다양한 IP를 통해 영화, 뮤지컬 등 여러 작품을 계속 생산하듯, 네이버웹툰도 IP 강화에 집중했다. 물론 차이는 있다. 디즈니가 수 백명이 달라붙어 하나의 IP를 만드는 데 반해,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2400만명의 개인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면서 다양한 IP가 생성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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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테크기업들이 상장된 나스닥 시장에 올라선 만큼 김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현미경과 같은 감시를 매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월간 활성사용자(MAU)가 정체돼 있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MAU는 1억7000만명이다. 지난 2022년(1억6700만명)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시장 MAU는 같은 기간 1억3600만명에서 1억23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전체 매출 중 11.3%에 그치고 있는 광고 비중을 충분히 늘리는 것도 과제다.
김 대표는 “MAU가 늘지 않아도 이용자와 인게이지먼트(상호작용)이 높으면 매출이 늘 수 있다”며 “공모자금으로 기술혁신과 함께 광고비즈니스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