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지난 2009년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나눠 마신 마을주민 4명 중 2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 15년간 아버지와 성관계를 가져오다 어머니한테 들켜 앙심을 품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부녀가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가운데 재심을 청구한 박준영 변호사는 자백이 담긴 조서가 조작돼 부녀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변 살인’ ‘약촌오거리 살인’ ‘화성연쇄 살인’ 사건에서 재심을 청구해 승소를 이끌어낸 박 변호사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청에 사건기록서 11시간 분량의 조사영상을 보니 자백이 담긴 조서가 조작된 것”이라며 “당시 대법원은 공범들 간 범행 진술이 일치하다고 판단했지만, 실제 영상을 보면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을뿐더러 검사와 수사관이 유도·회유·압박·기망하는 못된 수사기법을 다 동원했다”고 밝혔다.
| 2009년 8월 26일 아버지가 작성한 진술서 일부, 딸이 범행을 인정하면 나도 인정한다는 자백이 담겼다. 법정에 제출된 부녀의 정신감정 결과 막내딸 아이큐는 74, 아버지 아이큐는 86였다(사진=CBS) |
|
박 변호사는 “진술서 일부를 보면 ‘딸이 (범행을) 인정했다면, 나도 인정하겠다’는 자백의 내용이다. 그러나 진술서를 보면 한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며 “남편은 너무 가난해 초등학교 졸업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공개한 체포 당시 조사 영상에 따르면, 수사관이 ‘주민등록 번호가 어떻게 되냐’고 묻자 남편 A씨(73)는 ‘못 외웠다’고 답했다. 범행 또한 일체 부인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체포될 때는 범행을 계속 부인했는데 자술서에는 범행을 인정하는 세 줄짜리 진술서가 있다”며 “사실상 이 자술서는 검사실에서 검사와 수사관이 보여주면서 (피의자로 하여금) 그리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서에는 진술 거부권이나 변호인의 조력권을 고지하며 ‘예’ ‘아니오’로 문답을 받는다”며 “한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 분한테 자술서를 쓰게 하고 범행을 자백했다는 강력한 증거로 활용한 게 당시 검찰의 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계성 지능장애 판단을 받은 막내딸 B씨(39)에 대해 “IQ가 낮더라도 강압수사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을 수 있지만, 막내딸은 대처 능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아주 취약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부녀가 성관계를 가졌다는 자백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치정관계나 십수 년간의 성관계도 없는 사실”이라며 “영상 녹화에서도 분명히 부인하고 있다.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는 막걸리에서 검출됐으나 사건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조차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한편 1심 재판부서 무죄 판결 후 2심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A씨는 무기징역, B씨는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들의 재심 절차와 관련한 2차 심문기일은 오는 5월 23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