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이제 2022년 3월부터 시작한 그 ‘줄타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2% 목표치에 아직 다다르지 않았지만 이제 거의 근접해 가고 있고, 실업률이 4.3%까지 오르긴 했지만 미국 고용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그야말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파월 의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면서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통화정책의 방향타를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시장은 9월 ‘피벗(긴축정책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지만, 파월이 이를 확언한 것이다. 그는 “정책 이동 방향은 분명하며 금리인하 시기와 속도는 들어오는 데이터, 진화하는 전망, 리스크의 균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23년 만에 최고치인 5.25~5.5% 금리를 곧 인하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였다.
2년 전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 충격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때만 해도 파월의 확신은 불가능해 보였다. 연준은 팬데믹이 지나가면 물가상승 압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안일하게 판단했고,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쳤다. 연준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수가 명백해지자 파월 의장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연준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작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까지 높였다. 2022년 6∼11월 ‘자이언트 스텝’(75bp 금리 인상, 1bp=0.01%포인트)만 4차례 연속 단행하는 등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다. 2022년 8월 잭슨홀 연설은 강렬했다. 그는 경기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잡겠다고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드러냈다. ‘매’(통화긴축 선호)의 발톱을 높이 들었던 그는 이제 차분한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임무는 이제 물가가 아닌 고용 안정이다.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은 더는 과열되지 않았고, 팬데믹 이전보다 조건이 완화됐다”며 “추가 냉각을 바라지도 환영하지 않는다. 고용시장 둔화는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용침체 기미가 조금이라도 나타난다면 연준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
파월 의장이 ‘데이터 의존성’을 재차 강조한 만큼 9월 금리인하 폭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인 내달 6일 발표될 고용보고서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실업률이 4.3%보다 더 치솟을 경우엔 연준이 ‘계단식’이 아닌 ‘엘레베이터’식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업률은 경기 후행지표이고, 한번 상승하면 가파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연준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며 “파월 의장은 50bp 인하를 미리 약속하지 않았지만 고용시장이 더 냉각될 조짐을 보이면 연준은 확신을 가지고 인하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연준의 대규모 금리 인하에 베팅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는 하락했다. 23일 달러가치는 주요 통화대비 전 거래일 대비 0.8% 하락했고, 2년 만기 국채금리는 10bp 하락한 3.91%까지 뚝 떨어졌다. 미국의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1.2% 오르며 사상 최고치에 거의 근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