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낙태 vs '이민·경제'…'승리카드' 내건 해리스·트럼프

[美대선 D-2]격전지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유세
통합 부각한 해리스, 낙태권으로 여성지지 확대
경제에 자신감 찬 트럼프, 불법이민도 ‘승리 카드’로
초접전 양상…해리스 승리시 불복사태 재현 우려도
  • 등록 2024-11-03 오후 7:26:25

    수정 2024-11-03 오후 9:23:1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트럼프는 복수에 집착하고, 불만에 사로잡혀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위해 나선 사람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해리스는 비전이 없고, 해법도 없다. 경제에 대한 이해가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미 대선(5일)이 임박한 2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과 전 대통령은 경합지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 유세를 통해 막판 지지 확보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파시스트’라는 프레임과 함께 낙태권 이슈를 계속 끌고 가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집권 시 미국 경제가 더욱 악화하고 불법이민이 더 늘 것이라며 각자 ‘승리 카드’로 보는 이슈를 파고들며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나갔다.

미국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분열 아닌 통합 부각한 해리스, 낙태권으로 여성지지 확대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현수막 앞에 선 해리스 부통령은 조지아주 최대도시인 애틀랜타에서 열린 유세에서 “우리는 충분히 지쳤고,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트럼프 시대의 페이지를 넘길 준비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는 당선되면 백악관 집무실에 정적 명단을 들고 들어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에 집착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잡고 있는 반면, 자신은 미국 통합을 이루고 새 시대에 맞는 리더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조지아주는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를 하긴 했지만,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인 지역이고 현재도 트럼프가 소폭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진행한 이날 두번째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권을 강하게 들고 나섰다. 격전지 노스캐롤라이나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폭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여성들로부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그는 “지금 미국에서 여성 3명 중 1명은 ‘트럼프 낙태 금지’가 적용되는 주에 거주해야 하는데 노스캐롤라이나도 포함된다”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 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가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알고 최근엔 낙태 허용 여부를 각 주의 결정 사항으로 넘기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세일럼의 세일럼 시민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경제에 자신감 찬 트럼프, 불법이민도 ‘승리 카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해리스를 막말로 비난하는 동시에 경제 분야에 대해선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버지니아주 세일럼 유세에서 10월 비농업일자리가 1만2000개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온 ‘10월 고용보고서’를 거론하며 “카멀라가 이기면 여러분은 1929년과 유사한 경제공황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며 “당신은 일자리와 집, 연금을 잃게 될 것”이라고 ‘공포 마케팅’에 나섰다. 10월 고용보고서는 허리케인과 보잉 파업으로 인해 수치가 왜곡됐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지만, 그는 이를 잘 모르는 대중을 현혹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은 감세와 보편적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이 정책이 국가부채를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해 ‘고금리 장기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해리스보다 낫다고 보는 유권자들이 보다 좀 더 많은 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불법 이민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 유세에서 “살인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1만3000명 이상의 불법이민자가 국경에서 붙잡힌 뒤 미국으로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재임시 첫날 미국 역대 최대 규모의 범죄자 추방에 착수하고 정복당한 모든 도시와 마을을 구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이민 관련 수치를 과장하고 있다는 게 미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초접전 양상…해리스 승리시 불복사태 재현 우려도

미 대선은 여전히 혼선 양상이다. 전국 지지율뿐만 아니라 격전지 지지율마저 오차범위 내 치열한 접전을 보이고 있어 어느 후보가 유리한지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2020년과 마찬가지로 대선 불복 사태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11월 4일 새벽 개표가 한창이고 당선자 윤곽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 기습 승리선언을 했고, 이는 대선 불복 사태의 불씨가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올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약속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유세 때마다 ‘투표가 조작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권자 명부 관리 방식, 우편 투표용지 제출 기한, 부재자 투표 등 올해 미 전역에서 공화당 단체들이 대선 규칙 및 관행을 두고 제기한 소송만 90여건에 이르고 있다. 대선 패배시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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