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자면서 고함치는 '렘수면행동장애', 치매 가능성 높여

말하거나 움직이는 잠꼬대, 몸을 잡아주는 뇌 기능 약화
뇌파, 안전도, 코골이 등 수면 신호 관찰하는 수면검사 필요
  • 등록 2024-09-11 오전 8:14:53

    수정 2024-09-11 오전 8:14:53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사람은 일생의 3분의 1을 잠을 잔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며 불면이 지속되면 정서가 불안해진다. 사람은 잠을 잘 때 두 가지 수면단계를 반복하게 되는데, 만약 자면서 고함을 지르고 발길질을 한다면 렘수면 단계에서 행동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렘수면(rapid eye movement, REM)은 수면의 단계 중 안구가 급속히 움직이는 것이 관찰되는 단계의 수면이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보통 5~7차례의 렘수면을 경험하는데, 렘수면 중인 사람을 깨우면 보통 꿈을 꾸고 있었다고 말한다.

렘수면은 낮 동안의 정신활동을 정리하는 수면으로 뇌가 완전히 잠드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뇌파활동이 나타난다. 수면의 20~25%를 차지하며 꿈을 꾸며 비교적 복잡한 정보를 뇌에 저장하는 단계다. 렘수면 시간이 적으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불안감, 우울감을 겪을 수 있다. 렘수면 때에는 근육이 무력해지고 호흡과 맥박이 불규칙하며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렘수면행동장애란 렘수면 기간 동안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고 꿈과 관련된 과도한 움직임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일수록 흔하게 발생한다.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누군가와 대결을 하거나 공격을 받고 쫓기는 등 폭력적인 내용의 꿈을 꾸면서 이를 행동화한다.

이로 인해 침대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함께 잠을 자는 배우자를 공격해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수면 관련 외상은 멍, 찰과상에서부터 드물게 골절, 뇌출혈까지 보고되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을 꾸는 렘수면 중 몸의 움직임을 중단시키는 뇌간의 운동마비 조절 문제다.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해 ‘노인성 잠꼬대’라고도 불린다.

말하거나 움직이는 잠꼬대가 치매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꿈꿀 때 말을 하거나 팔다리까지 움직인다면 몸을 잡아주는 뇌의 기능이 약해진 것이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뇌가 퇴행성 변화를 겪고 있다는 징후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에 따르면 12년간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관찰한 결과 약 50%가 파킨슨병,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중 과격한 행동이 있을 경우 수면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수면검사는 수면 중 뇌파, 안전도, 턱 근전도, 코골이 등 수면시 신체에서 나타나는 여러 신호를 동시에 기록하는 검사다. 수면다원검사 결과 근전도에서 렘수면 시 근긴장도의 증가가 관찰되고, 비정상적인 렘수면 이상행동이 확인되면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

김진희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렘수면행동장애는 수면 중에 꾸는 꿈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대로 실행하는 병으로 때로는 뇌의 다른 질환이나 정신과적 장애가 겹쳐져서 나타날 수 있다”며 “이 병은 본인은 물론 같이 잠을 자는 배우자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렘수면행동장애는 뇌가 퇴행성 변화를 겪고 있다는 징후이며, 환자를 추적 관찰해보면 파킨슨병이나 치매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또다른 치매, 파킨슨병 초기 증상으로 후각 기능 감퇴가 있으므로 렘수면행동장애와 후각 기능 감퇴가 같이 나타난다면 수면검사를 포함해 진료를 조속히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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