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투자업계(IB)에 따르면 올해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바이오 벤처기업이 수십 곳에 달한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기술성과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이 기술평가기관 평가를 통해 상장하는 방식이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기술평가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통과할 수 있다. 통과한 기업은 예비상장심사라는 또 다른 관문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미 기술성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상장 가능성이 높다.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들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기업을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와 관련, SD바이오센서(진단키트), 노보믹스(암 분자진단), 바이젠셀(면역항암제), 큐라클, 지아이이노베이션(면역항암제), 차백신연구소(백신), 보로노이 등 7개사는 올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 상장이 임박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 중에서도 SD바이오센서와 지아이이노베이션, 바이젠셀은 IPO(기업공개) 대어로 손꼽힌다.
진단키트 기업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로 단숨에 연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 6862억원, 영업이익 738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211%(730억원), 4만 8480%(15억원) 증가했다. 이는 진단키트 대장주 씨젠(매출 1조 1252억원, 영업이익 6761억원)을 뛰어넘는 실적이다.
SD바이오센서는 조영식 회장이 2010년 설립한 회사다. 조 회장은 GC녹십자와 헬릭스미스(084990) 등에서 진단시약만 10년 넘게 연구한 진단키트 분야 전문가다. 조 회장이 이끄는 SD바이오센서는 신종플루, 말라리아, 사스, 뎅기열 등 진단시약을 업계 최초로 개발, 씨젠(096530)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진단키트 기업으로 꼽힌다. 정확도가 99%에 달하는 유전자증폭(PCR) 방식 제품에 주력하며, 진단부터 결과 확인까지 15분밖에 걸리지 않는 신속항원진단키트와 형광진단키트까지 보유했다.
유한양행(000100) 재직 당시 얀센에 1조 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 개발을 주도한 남수연 대표와 함께 면역학 분야 권위자 장명호 대표가 이끄는 지아이이노베이션도 IPO 대어로 평가받는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두 개의 약물을 결합해 특정 표적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한 독자적인 플랫폼 ‘GI-SMART’ 기술로 면역항암제 ‘GI-101’을 개발한다. 이는 세계 최초 이중융합 단백질 치료제로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을 진행한다. 특히 이중융합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외 기업들은 아직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바이젠셀은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보령제약이 지분 29.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바이젠셀은 T세포 활용 암세포 제거 플랫폼 ‘바이티어’를 비롯해 또 다른 면역세포치료제 플랫폼 ‘바이메디어’와 ‘바이레인지’를 개발했다.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의 경우 임상 2상에서 무재발 생존율이 90%에 이르면서 기존 치료제(평균 26%) 대비 뛰어난 효능을 입증했다.
특히 바이젠셀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이메디어(줄기세포에서 골수성 억제세포 증식 및 유도) 기술로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VM-001’(임상 1/2a상)을 만드는 중이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어서 바이젠셀의 임상이 주목받는다.
바이오 투자 전문 VC 심사역은 “국내 대형 제약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은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들 대비 위험부담(리스크)이 적고 자회사라는 프리미엄이 있다”며 “바이젠셀의 경우 세계 최초 면역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까지 보유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 바이오 기업들이 증시 상장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조건적인 투자보다는 기술력이 입증되거나 안정적인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 등 ‘옥석가리기’를 통한 세심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