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실력' 정유라, 부모님 모욕"…거리로 뛰쳐나온 중고생들

김해, 부산, 전주 등 전국 중·교생 700여명 결집
'박근혜 하야', '청소년이 주인이다' 한 목소리로 외쳐
"청소년의 눈물과 노력 모독"…정유라 입학비리에 분노
"부모님 몰래 왔어요"…수능 치른 고3 학생들도 집회 참여
  • 등록 2016-11-19 오후 5:51:54

    수정 2016-11-19 오후 6:25:27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2차 청소년 시국대회’에 참여한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박근혜 하야’, ‘청소년이 주인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전상희 기자)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이젠 저희가 행동에 나서야죠. 내년이면 저희도 투표권을 갖는 성인이니까요.”

김해 중앙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정교윤(18)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처음 맞는 주말인 19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일찍 집을 나섰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청소년 시국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정 양은 “김해에서는 온 사람은 나 하나뿐인 것 같다”고 웃으며 “수능을 앞두고 친구들과 자주 (정유라의 입학 특혜 비리 등을) 이야기하곤 했다”며 “이젠 불만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기보단 행동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박근혜 하야 전국 청소년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2차 청소년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날 시국대회에는 여수와 순천, 광주, 전주, 부산, 울산 등에서 모인 전국의 청소년 700여명(주최측 추산)이 함께했다.

지난 17일 수능을 치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다수 참여했다. 청소년들은 ‘순실이 없으면 하야를 못해요? 아 무능한 사람’, ‘최순실 공화국이 아닌 대한민국의 학생이고 싶다’ 등을 적은 피켓을 들고 ‘박근혜 하야’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청소년들이 다 함께 박근혜 하야를 외쳐야 할 때”라며 “광주학생항일운동과 4·19의 우리들처럼 전국의 청소년들이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청소년들이 공부에 모든 것을 바치며 피곤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고3 기간 (정유라는) 28일만 출석했고 승마협회 규정을 바꿔서 단독 출전으로 금메달을 취득했다”며 “청소년들의 노력과 눈물을 모독하고 비웃었다”“고 분개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2차 청소년 시국대회’에 참여한 한 학생이 선언문을 발표하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참혹한 일을 우리는 보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전상희 기자)
이날 자유 발언대에 오른 여의도 중학교 3학년 임다정(15)양은 “정유라씨 때문에 이화여대에 떨어진 두 명의 입시생들은 우주의 기운이 따르지 않아서 불합격한 것이냐”며 비꼬았다. 임 양은 또 “초등학생들도 반장 입후보 연설문 수정을 친구에게 맡기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즉각 하야해달라”고 촉구했다.

덕소고 2학년 이용기(17)군은 “오늘은 하야하기 참 좋은 날씨”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군은 “박근혜에겐 하야를 최순실에겐 하옥을 주장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군은 또 “집회에 오는 길에 한 아저씨에게 ‘빨갱이들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는 스스로 이곳에 모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고교 학생들의 발언은 정씨의 입학 특혜 비리에 집중됐다. 발언대에 오른 중·고교 학생들은 “돈도 실력이라던 정유라씨는 우리의 부모님을 욕되게 했다”, “청소년들이 박근혜 정부에게 두려움과 인간에 대한 존중을 알려줘야 할 때”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이날 시국대회에 참여한 양촌중 2학년 빙유진(14)군은 “부모님께서 위험하니 집회에 가지 말라고 하셔 몰래 왔다”고 입을 열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속속들이 밝혀지는 각종 사실들에 참을 수만은 없어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빙군은 “우병우 수석이 여유롭게 수사를 받는 모습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촌중 2학년 김상천(14)군은 “국민이 무지하면 무지한 정치인이 나오지 않나. 이젠 청소년도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군은 “부모님께서 청소년이 정치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걱정하셨다”며 “새누리당 지지자셨던 아버지께서 최근 국민의당 지지자로 바뀌셨으니 이해해주시지 않겠냐”고 웃었다. 김 군은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최씨와 같은 민간인이나 호스트바 출신이 정국에 개입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민간인 제품을 대통령이 외교행사에 입고 홍보하는 모습이 PPL(Product PLacement)도 아니고 어이가 없지 않냐”며 되물었다.

양촌중 2학년에 재학중인 김상천(14)군과 빙유진(14)군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2차 청소년 시국대회’에 참여해 ‘박근혜 하야’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전상희 기자)
이날 청소년들의 시국대회를 보기 위해 강원도에서 일찍 서울을 찾았다는 박모(63)씨는 “아이들까지 나와서 정치를 논하는 상황에 참담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혼란스럽던 80년대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특히나 정유라씨의 문제에 아이들이 크게 분노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비상행동은 30여분간 자유 발언을 진행한 후 집회가 열린 영풍문고에서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서울 종로구의 파이낸스 빌딩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비상행동은 오는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3차 청소년 시국대회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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