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내려쳐”…정인이 재감정의, 또 ‘학대 증거’ 찾아

이정빈 가천의대 법의학과 교수, 양천 아동학대 사건 재감정
재판부, 이 교수 감정서 주목…가해자에 징역 10년 선고
  • 등록 2021-01-19 오전 7:45:31

    수정 2021-01-19 오전 7:47:03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사인 재감정에 참여해 양부모의 학대 정황을 밝힌 법의학자가 다른 사건에서도 아동 학대 증거를 찾았다. 재판부는 아이 몸을 감정한 전문가의 의견을 근거로 삼아 학대 가해자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정빈 가천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양천 아동 학대 사건 재감정에 참여해 숨진 아이의 사인을 밝혔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지난 18일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정인이 사인 재감정에 참여했던 이정빈 가천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동거남의 세 살 딸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양천 아동 학대 사건에서도 재감정을 담당했다.

30대 여성 A씨는 2019년 1월28일 경기 광주시의 자택에서 동거남의 딸 B양의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끝까지 아이를 학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숨진 아이의 피해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법원은 아이의 몸에 새겨진 폭력의 기록을 분석한 이 교수의 감정서에 주목했다.

B양은 두개골이 골절돼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 뒤인 2019년 2월26일 숨졌다. 숨진 B양의 머리 뒤 오른쪽 뼈는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

아이의 아빠와 함께 산 동거녀 A씨가 의심받았지만, A씨는 “아이를 때린 적 없고, 미끄럼틀에서 떨어져 머리가 부딪쳤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아이의 몸을 감정한 이 교수의 의견을 근거로 삼았다.

이 교수는 “1m 높이 미끄럼틀에서 떨어져 머리뼈가 여러 조각이 날 수 없다”며 A씨가 단단한 막대와 같은 흉기로 아이를 빠르고 강하게 여러 차례 끊어쳤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JTBC에 “용인대학교 태권도 전공하는 교수도 만나 봤고, 어떻게 때리면 이렇게 될 수 있는지 검도를 전공하는 교수에게도 물어봤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의견대로 “A씨가 둔기로 아이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렸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 교수는 정인이 사건 재감정에 참여, “지속적 학대가 없었다”는 양모의 의견을 전면 반박했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앞서 이 교수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에서도 재감정에 참여해 “지속적 학대가 없었다”는 양모의 의견을 전면 반박했다.

지난 1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이 교수는 정인이 사인인 췌장 절단은 “발로 밟아서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장기가 파열될 정도면 매우 큰 힘을 받아야 한다며 “흔히 발로 찰 때는 속도도 빠르고 접촉면도 적으니까 뱃가죽에 자국이 남는다. 그런데 밟으면 발바닥이 넓고, 속도도 적어서 남지 않는다. 아이는 장기가 파열됐는데도 아무것도 안 남았기 때문에 밟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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