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초등학생이었다. ‘북한에서 침투한 무장공비를 군인들이 소탕하고 있다’는 뉴스를 그대로 믿었다. 대학에 가서야 뒤늦게 진실을 알았다. 현대사에 대한 빚을 진 것 같았다. 부채를 탕감하는 마음으로 ‘짬뽕’에 출연하고 있다.” (연극 ‘짬뽕’의 배우 김원해)
5월마다 찾아오는 중국집 ‘춘래원’ 이야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산은 중국집을 무대로 5·18민주화운동을 담은 연극 ‘짬뽕’을 지난 11일부터 서울 중구 구로5동 신도림 프라임아트홀에서 공연하고 있다.
2004년초연 이후 매년 5월 공연하는 극단 산의 대표작이다. 드라마, 영화로 종횡무진 중인 배우 김원해가 주인공 신작로 역을 맡았다. 2007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작품에 출연했다. 최근 프라임아트홀에서 만난 김원해는 “‘짬뽕’은 연례행사처럼 매년 5월 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애정을 나타냈다.
작품은 중국집 춘래원 사람들이 1980년 5월 18일을 전후로 겪는 이야기를 웃음과 슬픔으로 버무렸다. 극단 산의 대표 윤정환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윤 연출은 “2002년 5월 18일 뉴스 헤드라인은 5·18민주화운동이 아니라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한일 월드컵 소식이었다. 나도 늦게서야 그날이 5·18인 걸 알았다”며 작품을 쓴 계기를 밝혔다.
그때 5·18민주화운동이 ‘코미디’라는 생각을 했다. 웃긴 코미디기 아니라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뜻의 반어적인 코미디였다. 윤 연출은 “2002년까지도 5·18민주화운동을 이야기하늘 걸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날의 진실을 연극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은 5·18민주화운동의 한 가운데에서 소시민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소박한 꿈으로 소소한 웃음을 전하는 등장인물들은 정부의 폭력 앞에서 이유도 모른 채 꿈을 잃고 죽음을 맞이한다. 윤 연출은 “5·18민주화운동은 시민의 힘으로 이룬 것이다. 영웅보다는 당시 시민의 마음을 무대 위에 펼쳐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 연출과 김원해는 ‘짬뽕’처럼 한국 사회의 단면을 담은 작품을 앞으로도 계속 함께 올릴 계획이다. 윤 연출은 “우리나라의 어두운 면을 작품으로 그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원해는 “‘딴따라’로 살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시대가 안겨준 빚을 작품으로 갚는 것이다. 3년 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또 다른 빚을 받았는데 이 역시 연극을 통해 갚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원해 외에도 최재섭·김동준·구준모·김조연·송시우·김화영·장우정·문수아·채송화·허민선·권진란 등이 출연한다. 오는 7월 2일까지 공연한다. 전석 4만원.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