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인 양의 양모 장 모 씨와 양부 안 모 씨에 대한 공판이 끝난 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정희원 변호사는 취재진을 만나 학대 사실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사망하게 한 건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정 변호사는 “저도 저희 피고인을 보는데, 알면서 일부러 때릴 것 같진 않다”며 “저는 믿고 있다. 밟은 건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씨가 당시 정인 양에 대한 감정이 복받쳐 양팔을 흔들다 실수로 떨어트렸을 뿐, 고의를 가지고 한 건 아니라는 반박이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정 변호사에 대해 “악마를 변호한다”, “돈만 주면 살인자의 편이 되어준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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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처럼 사회를 경악하게 한 사건은 주로 변호인이 부담을 느껴 수임을 포기하고 국선 변호인이 나섰다.
앞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과 성 착취물 제작·유포한 ‘n번방’ 조주빈 공범의 변호인들도 변호 취지에 대해 많은 의문과 비판을 받았다.
자신을 법대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고유정 변호인에게 “진정 변호사님이 말하는 살인자의 억울한 진실이란 것이 피해자의 인권을 제쳐 둘 수 있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또 조주빈 공범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직을 사임하는 일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몫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정됐던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은 조주빈의 공범인 강모 씨 변호를 맡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지난해 7월 13일 위원직을 사임했다.
그러자 대한변호사협회는 ‘살인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변협은 “장 변호사가 논란 끝에 위원직을 사임했다”며 “모든 사건을 편견 없이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사임하는 상황은 결국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윤리규약에 따르면 변호사가 사건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를 거절할 수 없다”며 “대한변협은 선별적 변호를 징계 사유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수사기관이 부당한 구속과 조사를 통해 사건 실체를 왜곡해 무고한 시민이 억울하게 처벌받은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변호인 조력을 받아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변호인 조력권을 규정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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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시작하자마자 검찰은 법의학자 3명에게 의미 있는 재감정 결과를 받았다며, 애초 적용했던 아동학대 치사 혐의는 예비 공소사실로 바꾸고 주된 공소사실로 살인 혐의를 넣었다.
사망 당일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 것에 격분한 장 씨가 팔을 잡아 돌려 탈골 시킨 뒤 발로 복부를 수차례 밟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계속된 학대로 몸 상태가 나빠진 아이에게 강한 충격을 가하면 사망할 것을 알면서도 폭행한 만큼 살인 의도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정인 양 양부모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은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은 정인 양의 사인을 감정했던 법의학자와 사망 당일 ‘쿵’ 하는 소리를 들었던 이웃 등 17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장 씨와 안 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