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친정에는 대체 언제가?"...명절이혼 느는 이유는?

이혼 건수 ‘명절’ 다음 달이면 상승
2021년 2월 대비 3월 신청건 12% 증가
돌싱남녀 “양가체류시간 탓에 싸워”
  • 등록 2023-01-21 오후 3:27:41

    수정 2023-01-21 오후 4:04:04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결혼 3년차인 김 모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에 “설 명절이 두렵다”는 제목의 고민글을 올렸다. 글에는 ‘시댁이 보수적인 집안인데, 제사도 너무 많은데다 음식 규모 더 커서 식사 시간 빼놓고는 주방에 있을 정도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김 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며느리’를 바라보는 시댁의 시선이었다. 김 씨는 “남편이 도와주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바로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주방 출입도 못하게 한다”면서 “이제 친정에 가야 할 시간이라고 남편한테 눈치를 줬지만, 시어머니가 이를 알아챘는지 다음부터는 친정에는 일주일 전에 미리 다녀오라고까지 하더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장문의 고민글 말미에 ‘명절 스트레스도 이혼을 할 수 있는 사유가 되느냐’는 질문도 올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부부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명절은 오랜만에 가족들을 보기 위해 모이는 시간이지만, 과도한 제사 준비ㆍ며느리 혹은 사위로서의 역할 강요 등으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불쾌한 날이 되곤 한다. 최근 몇 년새에는 ‘명절이 지나면 이혼한다’는 의미의 ‘명절 이혼’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될 만큼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설 직후인 2~3월, 추석 직후인 10~11월 이혼 건수가 그 전달보다 평균 10% 정도 늘어난다. 실제 최근 3년간의 설 연휴 기간 이혼건수를 살펴보면 2020년을 제외하고는 명절이 있는 다음달 이혼률이 증가했다. 2019년의 경우 설이 포함된 2월 이혼건수는 9945건에서 3월엔 1만753건으로 증가했다. 2021년에도 설 연휴 직전에는 1만5000건이던 이혼 건수가 명절이 지난 직후 1만6800건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한참 확산되던 2020년에는 2월 8232건에서 3월 7296건으로 줄었다.

사실 명절 직후 이혼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은 분분하다. 다만 국내 대표적인 이혼 사유가 ‘가족 간 불화’인 점을 미루어볼 때, 명절 스트레스가 화근이 돼 이혼까지 결정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설 명절 이후 어김없이 늘어나던 이혼율이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강화로 가족 왕래가 줄었던 2020년에 감소한 것만 봐도 이혼의 결정적 이유가 ‘명절’이 됐을 것이란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미 이혼을 경험한 ‘돌싱(돌아온 싱글)’들도 명절에 부부싸움을 가장 빈번하게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재혼 결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9~14일 사이 전국의 황혼·재혼 희망 돌싱남녀 536명(남녀 각각 2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전 배우자와의 결혼생활 중 갈등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을 때를 ‘명절’로 꼽았다. 응답자 중 무려 36.0%(남성 35.8%·여성 36.2%)가 지목했다.

명절 다툼 이유로는 남성 응답자의 32.1%가 ‘양가 체류 시간’을 꼽았고, 이어 ‘처가 가족 구성원과의 불편한 관계’(27.2%), ‘처가 방문 여부’(21.3%), ‘처부모용 선물 준비’(11.2%) 순이다. 여성 응답자들은 ‘차례 준비 역할 분담’(34.3%)을 1순위로 지목했다. ‘양가 체류 시간’은 25.0%로 두 번째였다. 이어 ‘시가 가족 구성원과의 불편한 관계’(18.3%), ‘시가 방문 여부’(14.6%)를 꼽았다.

이같은 명절 갈등이 계속되자, 일부에서는 과도한 ‘명절 의식’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성균관(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에서도 지난해 ‘시대에 맞는 유교’를 표방하며 차례상 간소화 원칙을 강조하라는 발언을 하며 갈등을 잠재우려는 모습이다. 성균관에서는 지난해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 종류는 정해진 것이 없으니 편하게 고르면 되고,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되니 힘들게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냈다.

성균관은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태연, '깜찍' 좀비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