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 하반기 들어 숨을 고르던 전력기기 종목의 주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주가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데다 미국 전력 인프라 확장이 이어지며 장기간 호황이 전망되면서다. 앞으로 2주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전력기기 종목에 대한 수혜는 이어지리란 전망도 나온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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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전력기기 주요 3사 중 한 곳인 효성중공업(298040)은 지난 9월 이후 35.58% 상승했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2.79% 하락한 점과 비교하면 정반대 흐름을 나타낸 셈이다. 이와 함께 HD현대일렉트릭(267260)도 9월 이후 10.80% 올랐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은 연초 이후 311.80% 오르며 올해 코스피 종목 중 주가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올 상반기 긍정적인 업황과 함께 데이터센터 설립 등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 전망에 따라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으로 엮이며 가파른 주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올 상반기 주가 상승률은 277.13%에 달했고, 같은 기간 효성중공업의 주가 상승률도 113.71%를 기록하면서 전력기기 섹터 전반에 관한 관심을 키웠다.
전력기기 종목의 주가 고공 행진은 올 하반기 들어 주춤하기 시작했다. 전력기기 업황은 그대로 호조를 나타냈지만, 실적 성장보다 주가 오름폭이 과도하게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다. 단기간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나는 동시에 AI를 둘러싼 ‘거품론’이 거론된 점도 주가 조정에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전력기기 핵심 수요처인 미국에서 전력 인프라 확장 정책에 다시 힘이 실리면서 주가도 다시 힘이 붙기 시작했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송배전망 투자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18일 새로운 전력 그리드 프로젝트에 20억달러(약 2조 7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변압기 수요를 이끄는 것은 신재생 발전설비 증가에 따른 신규 수요 외에도 기존 송배전망 설비의 교체 수요도 존재한다”며 “미국 에너지부에선 송전망 설비 노후화와 더불어 기후변화를 교체 수요 발생 원인으로 제시하는 만큼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른 전력망 안정성 개선을 위한 교체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다음 달 5일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전력기기 수요는 장기화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엔 경쟁력 있는 제조업의 적극적인 리쇼어링(해외 이전기업의 복귀) 정책에 따라 산업용 전력 수요 증가가 두드러질 수 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엔 전기화 트렌드가 가속하면서 전반적인 전력기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박희철 흥국증권 연구원은 “AI가 불러올 구조적인 전력 수요 증가세는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가속할 전망이기에 초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의 구조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승 가도를 달리는 전력기기 산업의 현재 추세는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