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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은 서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상대방이 먼저 때렸기에 스스로 방어하고자 맞대응을 한 것이라고 했다. 형법 21조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고자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는다’는 정당방위를 인정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되, 방어를 위한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각자의 주장대로라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수사를 마친 검찰은 네 사람을 모두 사법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A는 혐의가 가벼워 기소유예를, 그리고 나머지 셋은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두 자매는 폭행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확정됐다.
관건은 A였다. 딸 A가 아버지 C가 공격당하자 보인 반응이 정당방위에 해당할지가 문제였다. 앞서 C의 재판에서, 부녀가 먼저 자매를 때린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인정된 상황이기도 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폭행이 일어난 순서를 따져보면 제일 먼저 윗집 딸 A가 맞고, 아랫집 언니 B가 맞고, 윗집 아버지 C가 맞고, 아랫집 여동생 D가 맞은 것이다. A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그러면서 “부친 C의 피해를 목격한 청구인 A는 아랫집 여동생 D의 폭행을 저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A는 D를 공격한 게 아니라 C가 부당한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D의 행위는 적극적인 폭력으로 상당성을 벗어나 정도가 심하지만 A의 행위는 정도가 경미하고 소극적이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A를 대리해 사건을 변호한 배보윤 변호사는 “청구인은 층간소음 갈등 과정에서 불의의 가해자로 몰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헌재에서 피해를 구제한 것”이라며 “특히 학생 신분이라서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되지 않았더라면 장래 진로에도 차질을 빚었을 것이라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