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의 대책’ 임박…GTX 주변 아파트 '급행' 탔네

정부 공급대책 내주 초 예고된 가운데
경기·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 역대 최고 기록
GTX 호재 있는 경기도 지역 위주로 집값 올라
전문가들 “대책 기대없어 매수세 안꺼지는 것”
  • 등록 2021-01-29 오전 6:00:00

    수정 2021-01-29 오전 11:06:53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 상록수역 인근에 위치한 ‘본오주공아파트’ 전용면적 39.9㎡짜리는 지난 26일 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거래인 지난해 9월 1억5150만원보다 1억2850만원 뛴 가격이다. 최근 상록수역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들은 매물을 사기 위해 찾아오는 수요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매물들은 자취를 감췄다.

안산 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예고한 ‘특단의 공급대책’ 발표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가 있는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1월 4주차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한국부동산원이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래로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주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이다. 경기도 아파트값 상승률도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GTX 따라 달리는 집값…수도권 2주 연속 사상최고

2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4주차(2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33% 상승했다.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였던 지난주(0.31%)보다 상승폭을 더 키우며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수도권 가운데서도 서울은 상승폭(0.09%)을 유지하고 인천은 오히려 축소(0.40%→0.35%)했으나 경기도는 역대 최대로 0.46% 뛰며 수도권 전체 상승률을 끌어 올렸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GTX 등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우상향했다. GTX-A노선 창릉역이 들어서는 고양시 덕양구가 일주일새 1.05% 뛰었고, GTX-B노선이 예정된 남양주는 0.96%, GTX-C노선과 SRT 연장 등 호재가 있는 의정부는 0.68% 올랐다. GTX-C 노선 종점인 덕정역이 있는 양주시도 0.71% 상승했다.

실제 덕양구 일대 아파트들은 국토부의 창릉역 추가 발표 이후 ‘10억 클럽’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송동 삼송2차아이파크’ 전용 84㎡는 이달 10억원에 실거래됐다. 창릉역 도보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도양동 고양원흥동일스위트 전용 84.9㎡도 이달 11억원에 거래됐다.

남양주에서도 GTX 호재가 있는 별내를 중심으로 10억원을 목전에 둔 곳들이 나오고 있다. 별내동 별내아이파크2차 84㎡는 이달 들어 8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상승폭을 키웠다. 별내역 한 정거장 거리에 8호선 연장선이 예정된 다산동 다산한양수자인리버팰리스 84㎡는 이달 9억9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하며 10억원에 근접했다.

GTX 정차 기대감만으로 집값이 들썩이는 곳들도 있다. GTX-C노선 추가 정차를 추진하고 있는 의왕시는 아파트값이 0.91% 뛰었다. 안산은 GTX-C 열차 중 일부가 안산 상록수역에서 정차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진 가운데 0.45%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에 따르면 안산시 상록구와 단원구 일대 매물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해 상록구는 26.8%, 단원구는 16%가 줄며 전국에서 가장 매물이 많이 감소한 지역 1, 2위를 기록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공급대책? 기대 없다”

전문가들은 공급대책 예고에도 매수 열기가 꺾이지 않는 이유로 ‘공급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지금 대책이 나와도 입주 시기는 빨라야 4~5년 후여서 당장 수요 달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급 물량 자체는 지난해 8·4 대책 때 127만 가구 계획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며 “공급 물량을 더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행 가능한가, 언제 나오느냐 등 현실화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의 입주 예상 시점이 20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급대책을 통해 나오는 물량들의 입주는 구조적으로 그 이후가 될텐데, 마냥 기다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또 “공공분양은 전매제한 등 자산 유동화까지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선 단기간에 자산화 가능한 매물을 찾는 경향이 강한 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지금 공급대책이 나와도 입주 현실화까지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수요자들이 공급대책에 따른 즉각적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현재 가시화하는 GTX 개발 호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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