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박쥐’가 지목되면서 중국인들의 ‘박쥐 요리’가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한국인도 박쥐를 먹었다”라고 말해 논란이다.
|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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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는 30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제가 기자생활 했을 때인 1998년, 1999년 이쯤이었다. 그때 황금박쥐 관련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는데 화제가 됐다. 제 동료기자가 취재를 갔다가 돌아와서 하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황금박쥐 서식지를 공개할 수 없다는 거다. 공개하면 사람들이 다 잡아먹어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 1999년 기사를 보면 환경부의 사무관이 한약재로 박쥐를 남획하고 있다는 말이 등장한다. 1999년의 일이다. 그런데 그 기억이 문득 나기에 다시 예전 기사들을 검색해보니까 1979년에는 아예 박쥐 관련된 한 박사님이 박쥐 좀 그만 잡아먹자,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멸종위기에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의외로 박쥐를 약이 된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많이 먹었다는 게, 적어도 1999년까지다”라고 덧붙였다.
황씨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로 인해서 크게 번졌다고 하는 말과 함께 중국인들은 박쥐를 먹는다, 우한시장에서 박쥐를 먹는다는 것이 나오고, 그리고 중국인의 한 블로그가 박쥐탕을 먹는 장면이 2016년에 올려진 거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것을 거의 인민재판 하듯이 중국인들은 미개하다, 혐오를 조성하는 말들을 언론에서 많이 부추겼다”라며 “특정 국민이나 인종, 민족을 어떤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혐오하는 이런 일들은 이 지구 곳곳에 존재한다.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 사람들을 미개로 몰고 가기 위한, 혐오를 부추기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먹는 음식을 두고 혐오를 부추기는 거다. 그런 방식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 게 별로 제 입장에서는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우리는 어땠는가 한 번 보자. 우리도 얼마 전까지 박쥐 먹었다. 일상식으로 먹은 것은 아니다. 중국 사람들도 박쥐를 일상식으로 먹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황씨는 “중국인 블로거가 박쥐탕을 먹은 게 2016년이다. 중국에서 먹은 것도 아니고, 팔라우라고 하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 가서 먹었다고 한다. 그 영상을 가지고 와서 중국인들한테 혐오 감정을 붙인다. 그런데 그 시기에, 2016년에 한국 방송사에서도 박쥐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SBS ‘정글의 법칙’ 거기서 설현씨가 나와서 박쥐 먹는 것을 보여줬다. 같은 시기다. 각각 다른 어느 지역에서, 거기도 중국이 아니었다. 그다음에 우리도 한국이 아닌 지역. 어디에 가서 박쥐를 먹는 모습을 보여준 두 영상물이 존재하는데, 중국인에 대해서는 미개하다는 혐오의 감정을 붙이고, 우리한테는 그렇지 않고 있다는 것.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지금 중국인들을 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 SBS ‘정글의 법칙’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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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중국의 상황은, 한국으로 비추어보자고 하면 1970년대, 80년대 상황 정도에 있다고 봐야 된다. 경제성장을 잘 이룬 게 얼마 안 됐다. 한국의 옛 모습이 중국에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 혐오스러운 야생 동식물들을 먹는 중국인들은 곧 그 모습을 버릴 거다. 중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고, 중국인이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전 세계에 똑같이 다 존재한다. 유럽 사람이라고 그런 비슷한, 혐오 동식물들, 야생 동식물들을 안 먹었을까? 뒤져보면 온갖 것들을 다 먹었다. 지금도 박쥐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어느 지역에서는 또 먹고 있다. 그런 일을 두고 한 민족, 국가, 국민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것. 중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음식을 먹고, 그런 질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다 똑같다. 왜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꾸 잊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