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를 솜으로 만든다고?[생활속산업이야기]

목재 펄프(책 잡지) VS 면 펄프(지폐)
특수 보안 기술도 숨어 있어
한해 폐기 지폐 4억장...돈 만드는 돈 600억
폐지폐 재활용 연구 활발...코튼종이까지
  • 등록 2024-02-03 오전 9:00:00

    수정 2024-02-03 오전 10:33:16

“아 그랬구나!” 일상 곳곳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 주지만 무심코 지나쳐 잘 모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페인트, 종이, 시멘트, 가구, 농기계(농업) 등등 얼핏 나와 무관해 보이지만 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곁에 스며 있지만 숨겨진 ‘생활 속 산업 이야기’(생산이)를 전합니다. 각 섹터(페인트-종이-시멘트-가구-농업·농기계)별 전문가가 매주 토요일 ‘생산이’를 들려줍니다. <편집자주>②

[임건 무림P&P 펄프제품개발팀장]우리나라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오면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이 있다. 다름아닌 세뱃돈이다. 저마다 받은 세뱃돈을 어디에 사용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 신용카드 등이 보편화되어 현금 사용이 줄면서 더더욱 세뱃돈으로 받는 빳빳한 지폐가 귀하고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사진=무림P&P)
지폐를 한자로 풀이하면 ‘종이(紙) 화폐(幣)’를 의미한다. 그래서 지폐를 만들기 위해, 책이나 잡지류에 쓰이는 종이가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면 펄프를 주원료로 사용한 특수 종이를 사용한다.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닿더라도 쉽게 찢어지지 않고,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강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폐용 특수 종이의 원료로 사용되는 면 펄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목화 솜으로 만든다. 솜은 일반적으로 옷감을 만드는 실로 쓰이는데, 질기고 강도가 높은 종이를 만드는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목화에서 크기가 큰 솜은 실로 가공해 의류 등에 쓰이고, 작은 솜은 지폐의 원료로 일부 사용된다. 여기에 특수약품 처리가 더해지면 종이의 강도는 2배 이상 높아진다. 복사용지나 신문, 잡지와 같은 일반 종이는 목재 펄프를 사용하는 반면, 지폐용 종이는 이 같은 면 펄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료=무림P&P)
또한 지폐는 일반 종이와 다르게 누구나 쉽게 만들면 안 되기에 특수 보안 기술이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 지폐는 한국조폐공사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데 워터마크 삽입 기술을 부여하거나 자외선에 비추었을 때 형광 색상의 짧은 실선(형광색사)이 보이도록 해 위조를 방지한다. 이러한 위조 방지 기술은 비단 지폐뿐 아니라 상품권, 여권 등 위·변조를 막기 위해 제작된 보안용지에도 사용된다. 위조 방지 장치들이 문제없이 구현되기 위해선 종이의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국내 제지기업 중에는 특수지 전문기업 ‘무림SP’가 뛰어난 품질의 다양한 특수 기능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제품력을 인정받아, 국내 제지업체로는 유일하게 참여, 한국조폐공사가 동남아시아 등 해외 보안용지 시장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으며, 국내 공인시험기관의 인증서 발급에 사용하는 용지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폐 수명은 얼마나 길며, 오래돼 사용할 수 없는 지폐는 어떻게 처리될까? 우리나라 지폐의 평균 수명은 1천 원, 5천 원, 1만 원권은 약 5년, 5만 원권의 경우, 약 15년으로 알려져 있다. 한 해 폐기되는 지폐가 거의 4억 장에 달하며, 그 대부분 불에 태워 소각하는데 그 비용만 1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또한 폐기된 지폐만큼 새로운 지폐를 만들기 위해 비용이 들어가는데 자그마치 약 600억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최근 전 사회적으로 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자원순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폐지폐를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실제로 면 섬유 특유의 우수한 강도를 갖춘 폐지폐를 재활용해, 콘크리트 보강재, 자동차 방진 패드 등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사진=무림P&P)
제지업계도 마찬가지다. 자연에서 유래한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 종이 제품을 만들고자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최근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펄프를 생산하는 무림이 앞서 언급한 지폐 속 ‘면 섬유’가 가진 강점에 착안, 보다 착한 자원순환형 ‘코튼 종이’를 개발해 냈다. 바로 버려진 옷을 활용한 포장용지 ‘네오코튼TMB’로 현재 국내 유명 화장품 포장재에 첫 적용을 검토 중이다. 우수한 강도로 쉽게 찢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의류 폐기물을 종이와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품질과 친환경성을 모두 갖춘 포장재로 손색이 없다.

올 설에는 세뱃돈과 함께 지폐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로 덕담을 나누며 아이들에게 지폐의 소중함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임건 무림P&P 펄프제품개발팀장 (이미지=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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