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누구를 찍어야 되노?” 총선 D-7, 흔들리는 PK 민심

야권 압승서 일부 혼전세로 돌아선 부산·경남 들어보니
“여당 밀어봤는데 변한 게 없다” vs “야당도 마음에 안 들어”
오락가락 PK 민심에 與野 지도부도 촉각
정치권 “文 대통령 평가가 성적 가를 것”
  • 등록 2020-04-09 오전 6:00:00

    수정 2020-04-09 오전 10:06:27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8일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에서 중구영도 김비오 후보와 떡을 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산=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지난 시장선거 때 민주당 뽑아봤는데 뭐 딱히 한 것도 없고, 경상도 사람들은 강단이 있어야 좋아하는데 아니더라고요. 일자리는 없고, 부동산은 규제에 막히가 빚만 늘어납니다. 근데 다시 밀어 달라꼬요? 우리를 뭐로 보고. 이번에는 다시 미래통합당 찍을 랍니다.”(양산 40대 남 자영업 김모 씨)

“‘그놈이 그놈이다’ 카는데 여당보다 야당이 더 밉다는 사람도 많아예. 싸우기만 하다가 경제가 이 꼴인거 아니냐고요. 조국이다 뭐다 대통령 하는 거 마음에 안 들지만 우짜겠습니까, 황교안이도 못 믿겠는데. 대안이 없습니더.”(부산 50대 여 주부 백모 씨)

4·15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PK(부산·경남)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부산 서면로와 양산 중부동에서 만난 시민의 목소리는 둘로 갈라졌다. 지역경제 침체로 인한 생활고를 호소하면서도 원인은 다른 곳에서 찾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등 누구 손도 쉽게 들어주지 않는 분위기다. 양산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난 초로의 남성은 어디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는데 누가 누군지 보이기나 하겠나”라며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PK는 수도권에 이어 21대 총선 최대 격전지다. 1990년대 이후 보수 우세지역이었으나 19대 총선 이후 민주당이 점차 영역을 넓혀왔다. 20대 총선에서는 전체 40곳 중 8곳(부산 5·경남 3)에서 당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민주당 동진정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권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광역·기초단체장 대부분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분위기는 2년여 만에 또 변했다. 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PK민심은 여전히 종잡기 힘들다. 애초 경제난에 따른 정권심판론이 강해 보수야권의 압승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판이 흔들린다. 여당에 악재가 될 듯했으나 진정국면에 들어서자 호재가 됐다는 평가다. 양산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만난 이모 씨(양산 20대 여 학생)는 “어쨌든 정부가 잘 대처한 게 아니냐”며 “외국은 난리라던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한다”고 말했다.

PK 지역민들은 여야 모두에게 짠 점수를 주고 있다. 경제 문제에 더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무마 및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권력형 비리가 불거진 여권을 질타하면서도 통합당도 마냥 예쁘진 않다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도 통합당이 일방적으로 압승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민주당의 자체 판세분석 결과 40곳 중 12곳 정도는 우세하며 10곳은 경합이라 본다. 통합당은 전 지역구 석권이 목표이긴 하나 예전처럼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긴 어렵다. 특히 일부 지역구에서 혼전세가 이어지자 여야의 지도부는 PK행을 서두르며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이해찬 대표가 다녀간데 이어 8일에는 강력한 대권주자인 이낙연 선대위원장이 부산과 양산을 차례로 방문해 김영춘·김두관 후보 등을 응원했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지난 4일 부산과 김해를 각각 방문했다.

결국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방역이 얽혀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내려지느냐에 따라 여야의 성적표도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PK 민심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결 보다는 민생 경제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주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무리 혼전세라고 해도 40석 가운데 민주당이 두 자리대 의석만 가져간다 해도 크게 성공한 것”이라 분석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4일 부산 남구 용호로에서 남구을 이언주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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