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물리적 나이는 시니어(senior, 노인)지만 생각과 행동은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어요.”
2일 노인의날을 앞두고 경기 고양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시니어 인플루언서’ 이용호(62) 호연지재 대표는 인플루언서에 도전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SK텔레콤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와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대표는 2021년부터 이프렌드에서 인플루언서로 선정된 이후 매주 ‘토크콘서트 호몽캠프’를 기획, 100여명의 청년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 아용호 호연지재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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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 대표에게 붙은 별명은 ‘시니어 인플루언서’. 이 대표는 “처음에는 ‘시니어’라는 용어가 너무 늙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아 처음엔 좋지 않았다”면서도 “인플루언서가 ‘영(young)’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어서 지금은 ‘시니어 인플루언서’라는 별명을 좋아하게 됐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 대표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이지만 젊은 인플루언서 못지 않게 메타버스에서 활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말은 아끼고 귀는 열자’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고 했다. 이 대표는 “나이가 먹으면 말이 많아지기 마련인데 가르친다는 생각보단 소통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다가가니 20대인 친구들이 일산 호수공원으로 찾아와 같이 산책하고 몇 시간씩 수다를 떨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메타버스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 대표는 유튜브, 브런치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2022년에는 서울시가 선정한 ‘유튜브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티브 포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메타버스야 말로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신체적으로 불편한 분들도 메타버스에서는 뛰어다닐 수도, 춤을 출 수도 있다”며 “소통이 절실한 노년층에게 신체적으로 자유롭고 대화의 장이 열린 메타버스는 최고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메타버스를 주변 친구들이나 노인들에게 전파하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은 몇 안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100세 시대에 60대에 은퇴하면 제2의 삶을 살 준비를 해야 하는데 관성에 젖어 이전대로 살아가는 노인들이 대다수”라며 “스스로를 ‘라떼’(꼰대를 지칭하는 단어)에 가두고 사회로부터 자발적으로 격리되지 말고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충분히 누렸으면 좋겠는데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 이용호 호연지재 대표가 메타버스 ‘이프랜드(ifland)’에서 진행한 호몽캠프 모습. (사진=이프렌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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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이용한다면 노인들이 살아가기 훨씬 좋은 삶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복지관에 강연을 하다 보면 아직도 유튜브조차 보지 않는 노인들이 상당히 많다”며 “모르는 게 있으면 유튜브를 통해 검색해보고 눈이 잘 보이지 않으면 AI 보이스를 이용해 타이핑을 할 수 있는데 조금만 노력하면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려조차 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질문을 어려워 하지 말라는 게 이 대표의 조언이다. 이 대표는 “내 또래조차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항상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며 “자녀에게 묻기 부담스럽다면 바로 뒷 손님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해봐라. 정말 99%의 젊은이들은 친절히 알려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대표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을 위해 사회적협동조합 ‘별사탕’과 함께 ‘50+ 오픈랩’을 준비하고 있다. 50+ 오픈랩은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강좌를 열고 필요하다면 자격증을 부여하고 재취업까지 알선하는 사업이다. 그는 “노인들이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도 이해한다”며 “그렇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훨씬 편리한 세상이 오고 그걸로 돈벌이까지 할 수 있다. 틀에서 벗어나 보신하지 말고 도전하자”고 제언했다.
| 아용호 호연지재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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