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재단 기부로 주주권 침해"…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한미 경영진

한미사이언스 주주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 고발장 제출
한미약품 이사회 결의 없이 3년간 가현에 119억 기부
"기부금 만큼 주주 배당 재원 줄어…주주에 손해" 주장
  • 등록 2024-11-15 오전 7:10:00

    수정 2024-11-15 오전 7:10:00

[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기자]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다. 한미약품(128940)이 12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제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만큼 배임이라는 주장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지난 13일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통해 송영숙 회장과 박재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 대표는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 주주다.

고발장에는 송 회장이 박 대표에게 한미약품으로 하여금 자신이 설립한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하도록 지시했고 2022년 42억원, 2023년 60억원, 2024년 17억원 총 119억원의 기부가 이뤄졌다고 적시했다.

송 회장은 2002년 가현문화재단을 설립해 2020년 2월까지 이사장을 맡았었고, 현재는 가현문화재단 산하의 미술관 관장직을 맡고 있다. 가현문화재단은 사진 전문 미술관을 표방하며 한미사진미술관을 개관했다. 현재는 뮤지엄한미 삼청과 방이를 운영하고 있고 뮤지엄한미 김포를 개관할 예정이다. 이처럼 미술관을 설립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대출과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문제는 한미약품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법 제393조 제1항에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돼 있는데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기부는 중요한 자산의 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약 3년간 기부총액이 120억원에 육박한다는 점, 단순한 1회성 기부가 아닌 정기적인 기부행위였다는 점, 기부 당시 한미약품의 재정 상태에 비춰봤을 때 기부총액이 과다하다는 점 등에서 중요한 자산의 처분으로 봐야한다고 부연했다.

고발인은 한미약품은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한 119억원만큼 손해를 입은 셈이고, 주식회사가 재산을 대가 없이 기부하거나 증여하면 주주에 대한 배당재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봤다.

고발인은 또 가현문화재단이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인 만큼 이같은 기부행위가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총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분기 보고서 상 가현문화재단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343만주(5.02%)를 보유하고 있다.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고 임성기 창업자의 아들인 임종윤·임종훈 형제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가현문화재단이 기부금 때문에 송 회장 편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고발인은 “송 회장과 박 대표는 한미약품에 대한 충실 의무 및 상법상의 규정에 대한 임무를 위배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기부행위의 위법성을 철저히 조사해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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