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노동계를 배제하고 실업급여 제도 개편 논의를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계는 실업급여를 줄이는 내용의 제도 개편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내달까지 개편 논의를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가뜩이나 악화된 노정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위해 안으로 향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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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관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달 초 고용보험 제도개선 TF 6차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TF는 올해 초 고용보험의 적용 기준과 보험료의 징수, 실업급여까지 전방위적인 제도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TF는 노동계 2명, 경영계 2명, 전문가 4명 등 총 8명이지만, 이번 6차 회의는 노동계 위원 2명 불참 하에 진행됐다.
앞서 TF는 지난달 노동계 위원 2명이 불참을 선언하며 좌초 위기에 몰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각 1명씩 위원으로 참여한 노동계는 TF가 고용보험의 가입자를 늘리는 적용 기준 개편에는 동의하나, 실업급여 삭감 등 제도 개편 논의를 함께 진행하는 것에 반발해 5차 회의 이후 회의 참여를 거부했다.
현행 실업급여 제도는 최소 6개월만 일해도 185만원 실업급여를 보장받는 구조여서 구직자의 취업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받은 4명 중 1명 이상은 일할 때 받은 임금보다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는 임금 역전 현상도 벌어졌다.
이에 반복적으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최소한의 기간만 일하거나, 실업급여를 받는 도중에 증명해야 할 구직활동을 형식적으로만 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급여의 기반인 고용보험기금이 국내 경제가 조금만 흔들려도 적자에 시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실업급여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로 취업할 경우 사회보험료 및 소득세로 인해 오히려 세후소득이 감소한다고 꼬집었다.
고용부는 노동계 위원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TF 회의를 강행해 다음 달까지 실업급여를 포함한 고용보험 제도 개편 논의 결과를 도출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동계 위원들에게 회의 참석을 요청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불참하더라도 나머지 위원들과 논의해 제도 개편 방향을 마련하고 노동계 의견을 병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