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370만 마리.. 실험실서 희생되는 동물 사라질 수 있을까?

지난해 국내 사용 실험 동물 수 371만2380마리
동물 실험 사용 않는 '동물대체시험법' 관련 법안 발의
"동물대체시험법 완전한 대체재 어렵다"는 지적도
동물단체 "법안 발의 환영"
  • 등록 2020-12-28 오전 12:05:51

    수정 2020-12-28 오전 12:05:51

'371만2380.'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실험에 사용한 동물의 총합이다.

(자료=농림축산검역본부 '실험동물 보호·복지 관련 실태 조사 결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실험동물 보호·복지 관련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실험 동물 수는 △250만7157마리 (2015년) △ 287만8907마리 (2016년) △308만2259마리 (2017년) △372만7163마리(2018년) △371만2380마리(2019년)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더 많은 동물이 희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약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행하는 동물실험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시험방법을 추진키로 해 관심이 모아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방안을 담은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시험 방법을 '동물대체시험법'으로 정의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동물대체시험법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시행 △관련 정책 심의 위한 동물대체시험법위원회 설치 △동물대체시험법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 및 지원 등이다.

동물 실험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

우리나라는 이미 2009년부터 검증센터를 만들어 동물대체시험법 가이드라인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물복지 인식 확산에 따라 지난 2009년 11월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를 설립했다.

이곳은 2011년부터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와 함께 동물대체시험법 국제협력(ICATM)각서를 체결해 국제 동물대체시험법 가이드라인을 개발에 협력중이다.

그런데도 왜 동물실험은 지난 5년간 눈에 띄게 줄지 않았던 것일까?

남 의원은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를 위한 법률적 근거 미비를 지적했다. 그는 “동물대체시험법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검증·평가, 보급, 기술적 기반 구축, 국제공조 등 수많은 활동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법률적 근거는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식약처 직제규정을 기초로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가 설치되어 있으나 그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및 검증 연구 활성화를 위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시험기관, 산업계의 현장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해외는 이미 활성화 위해 노력 중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실험대체법 활성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2000년 15개 미국 연방규제기관이 참여하는 미국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ICCVAM)를 구성했고, 유럽에서는 1991년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 보건소비자보호연구원에 유럽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 (EURL ECVAM)를 설립했다.

특히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경우 지난 해 동물실험을 줄여 2035년부터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서 주목을 끌기도 했다.

화학물질의 안전도를 검사하기 위한 동물실험 요청과 예산지원을 2025년까지 30% 줄이고, 2035년부터는 사안별로 청장의 승인을 받아야만 동물실험 요청이나 예산지원을 할 수 있게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

이와 함께 컴퓨터 모델링 등을 이용한 동물실험을 대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존스홉킨스대학과 밴더빌트 의료센터 등 5개 기관에 425만 달러, 우리 돈으로 50억 6천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물대체시험법 한계 있다는 지적도 있어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동물대체시험법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는 있어도 완전한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수석과학자 제니퍼 사스는 지난해 EPA의 발표에 대해 "기본이 되는 과학적 검증 방법을 점차 줄여 유독성 화학물질을 찾아내고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지게 됐다"며 "매우 실망스럽고 좌절감이 든다"고 입장을 밝혔다.

동물대체시험법으로 인해 결국 인간에게 직접 실험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원자 및 기증자에게 사람의 혈액, 조직 등을 얻어서 시험을 한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여러 윤리적 문제가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단체 "법안 발의 환영"

하지만 실험 동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필요성은 전 세계적으로 공론화하는 분위기다.

남 의원은 “동물과 사람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동물실험을 통한 연구결과를 인체에 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동물대체시험법’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1억 마리가 넘는 실험동물의 사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인간 신체에 근접한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연구의 윤리성은 물론 예측률도 제고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보라미 국제동물보호단체 HSI 정책국장은 “연구 또는 규제를 위한 시험에 있어 동물실험 자료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고정관념이 깊게 박혀 있다”며 “이번 법안은 동물실험 결과보다 더 효과적이고 사람에 대한 예측률이 높은 동물실험을 대신한 대체시험방법이 활발히 개발되고, 보급되고 이용이 촉진되기 법적인 제도 마련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스냅타임 박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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