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청소년이 쉽게 접근 가능한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대다수가 성인인증 없이도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선생님의 눈치마저도 보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PC방에 모여 도박을 하는 등 불법 도박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었다. 관계기관에선 계속해서 관련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10일 이데일리가 온라인 내 접속 가능한 불법 도박사이트 20곳을 살펴본 결과 17곳(85%)이 성인인증 없이도 가입이 가능했다. 유해사이트로 분류돼 애당초 접속이 차단된 사이트는 20곳 중 1곳(5%)에 불과했다. 가입에 있어 성인인증을 요구한 2곳을 빼면 17곳에선 계좌만 있으면 나이와 관계없이도 누구든 가입할 수 있었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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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이트는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실제로도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에 나가지 않고 PC방 등에 모여 온라인 도박을 하고 있었다. 부산 지역 중학교 3학년 김모(15)군은 “반에 한 달째 등교 안 하는 애들이 있는데 친구들이랑 PC방에서 도박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3년째 PC방을 운영 중인 이모(38)씨는 “올해 초를 포함해 최근 2년 동안 학교 안 나가는 학생들이 PC방에 모여 온라인으로 도박하는 걸 3번이나 적발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도박에 빠진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일부는 한때 ‘플레이어’였다가 ‘관리자’로 취업한다. 학교전담경찰관(SPO) 출신 한 경찰은 “아이들이 도박에 한번 빠지면 결국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자연스레 도박 운영자나 관리자가 되는 등 성인이 돼서도 업계로 빠져든다”면서 “실제로 예전에 10대 때 온라인 도박에 빠진 학생이 성인이 된 후에 업계에서 발을 들인 뒤 해외로 도피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필두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등 여러 기관이 협업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단속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심위에서 불법이라 판정한 사이트를 전달받으면 즉시 차단한다”면서 “그럼에도 불법으로 판정난 사이트는 도메인만 바꿔서 대체 사이트가 계속 양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단속 부처에서는 ‘개설자 검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방심위 관계자는 “일주일에 2번 회의를 열고 주기적으로 사이트를 단속 중”이라면서도 “발 빠르게 대응해도 ‘운영자’를 잡아 뿌리 뽑지 않는 이상 ‘우후죽순’의 반복”이라고 호소했다. 문체부 관계자 또한 “10곳 차단하면 11곳 생기는 현실은 결국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