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한 번 타려고 16시간 기다렸다" 잇단 지연, 왜?

항공편 '정시성 확보' 숙제
여객 수요 대비 공급 부족에 지연 속출
국제선 5대 중 1대는 지연…소비자 불안↑
"노선 다각화 따라 기재·정비능력 확보해야"
  • 등록 2024-08-09 오전 6:00:00

    수정 2024-08-09 오전 9:57:37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최근 들어 국내 항공사 항공편이 지연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항공기 결함이 생겼을 때 대체기 부족과 정비 능력 부족 등으로 지연율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인 5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8시 5분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출발하려던 RS704편이 앞선 항공편 기체 점검 지연으로 출발이 약 16시간 늦어졌다. 지난달 말에는 인천 후쿠오카발 인천행 티웨이항공 출발편이 약 15시간 지연 끝에 이륙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 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잇따른 항공편 지연·결항에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이용자 월간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제선 지연율은 20.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15.7%) 대비 4.7%포인트 오른 수치다. 국제선 지연율은 올해 2월 이후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적사의 국제선 지연율을 보면 에어서울이 45.1%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진에어(43.6%), 에어프레미아(36.5%), 이스타항공(28.5%) 순으로 지연율이 높았다. 국내선 지연율은 에어서울이 60%로 가장 높았고 티웨이항공이32.7%, 진에어가 22.4% 등이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항공 수요는 회복했지만 공급의 경우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재를 무리하게 운영하다 보니 지연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지나고 나서 기재가 전체적으로 줄었는데 새로 수급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비 여력이 좋지 않은 항공사의 경우 정비 점검으로 지연이 되기 시작하면 원활한 해결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장거리 취항 등 노선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데, 정비 인력 강화와 기재 확보 등 안전 운항에 대한 채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지연·결항 등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웨이항공은 이날 국내 LCC 최초로 인천발 로마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이어 이달 말 프랑스 파리,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순차적으로 취항한다는 계획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LCC들은 단거리 위주 운영을 했는데 앞으로는 중거리와 장거리까지 운항하는 상황인 만큼 기재 결함이 있을 때 정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운항 다각화에 맞춰 기재 확충과 안전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역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새 기재를 도입하고, 항공기 정비·수리·개조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안전투자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경년항공기(노후항공기·기령 20년 초과) 교체,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등 안전 분야 투자에 지난해보다 95.7% 증가한 5조464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LCC 역시 정비 능력과 기재 확보를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제주항공은 올해 항공안전투자에 5924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티웨이항공도 같은 기간 129.7% 증가한 577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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