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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밤샘 근무도 잦아졌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뇌졸중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를 치료할 사람이 없어서다. 낼모레면 환갑이 도래하지만 응급 상황은 나이를 배려할 겨를이 없다. 밀려드는 환자를 살피다보면 아침이다. 잠시 누워보지도 못하고 아침을 맞는 경우가 일주일에 2번씩 찾아온다. 오전 7시 출근해 다음날 정오까지 꼬박 29시간을 쉼 없이 달린다. 그래서 출근복도 바꿨다. 화이트칼라 직업이지만, 흰색셔츠에 양복바지를 포기한 지 오래다. 응급환자 콜이 오면 바로 뛰어가기 위해 운동화에 구김이 가지 않으면서 느슨하고 헐렁한 바지를 찾아 입는다. 차재관 교수는 “낮에 보는 외래환자만 110명”이라며 “응급환자까지 보고 나면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한 주에 70~80시간, 한 달이면 300시간을 근무한다. 근로자의 통상 월 근로시간이 209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0.5배 정도를 더 일하는 셈이다. 그는 “전공의 때로 돌아간 기분”이라면서도 “함께 일하는 후배 교수는 54세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신경과 최고참인 그가 당직을 서는 이유는 뇌졸중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많지 않아서다. 긴급을 요하는 응급 중증 질환임에도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수련병원 뇌졸중 전문의는 1명이 400~500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중증 응급질환 치료를 담당하는 권역심뇌혈관센터 14곳 가운데 뇌졸중 전임의가 근무 중인 센터는 분당서울대병원 한 곳뿐이다.
부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인 동아대병원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이후 뇌졸중 전문가인 신경과 교수 2명에, 뇌졸중을 전공하지 않은 신경과 교수 2명 등 총 4명이 한팀을 이루고 있다. 곧 뇌졸중을 전공한 전임의가 배치될 예정이지만 파견 교수 1명은 팀원에서 제외해야 해 4인 1팀 체계는 바뀌지 않는다.
그는 “부산 권역센터라 부산 전 지역과 거제 전 지역 급성기 뇌졸중 환자가 모두 이곳으로 온다”며 “내가 빠지면 후배 혼자 다 해야 하는 구조다. 뇌졸중을 보는 의사가 1명만 더 있으면 당직을 일주일에 한 번만 설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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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공의가 돌아오면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해 사직 전공의들이 9월부터 다른 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게 한다는 방침이다. 레지던트 3~4년차는 내년 8월 수련 이수에 맞춰 추가 실시하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 가능하다. 전공의 1만명의 사직서가 수리돼 이들의 9월 응시를 통한 복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전공의 복귀 꿈을 접었다고 했다. 전공의가 돌아와도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이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 근무 시간의 경우 24시간으로 줄여나가기로 해서다.
차 교수는 “전공의가 돌아와도 일주일에 한 번 당직을 시킬까 말까 할 거 같다”며 “돌아온다고 해도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엔 걱정이 또 하나 늘었다. 앞으로 뇌졸중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 때문이다. 정부가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치료 난이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은 최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구조 전환 시험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뇌졸중이 암질환, 심장질환, 희귀·중증난치질환과 함께 4대 중증질환에 속하지만 중증이 아닌 일반질병군에 속하다 보니 상급종합병원에서의 환자를 돌려보낼 수 있다. 시술이나 수술하지 않는 80%에 해당하는 뇌졸중 환자를 중증환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의정 갈등 상황이 길어지며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도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힘들다고 생각하면 죽을 것 같겠지만 그런 생각 안 하니 버티는 것”이라며 “사명감으로도 버틸 수 없는 수준까지 다다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국회 청문회’는 현장 의사들을 더 힘 빠지게 했다. ‘의사들이 응급실을 망가뜨렸다’ ‘의료가 재난 상황이다’라는 의사들을 향한 원망 섞인 말이 쏟아져서다. 그는 “몇 가지 사례로 전체 의사 전체를 호도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현장에 남은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서 막고 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유일한 낙은 모닝 커피타임이다. 아침에 출근해 팀원들과 30분 정도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다. “커피값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함께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한숨을 돌릴 수 있다”는 그는 “사람 살리는 일이 멋있어서 뇌졸중을 전공했다. 응급실에서 빠르게 대응해 급격하게 좋아지는 환자들을 보며 이 일의 매력을 느꼈다. 요즘 젊은 의사들도 이런 것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바람을 남겼다.
■차재관 동아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겸 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 △1989 한양대학교 졸업 △1994년 신경과 전문의 취득(한양대학교병원) △2001년 한양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200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뇌졸중 연구소 전임 연구원 △2012년 동아대학교병원 신경과 과장 및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뇌혈관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