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것이다. 미중 정상이 한 달 전 첫 정상회담을 하며 협력지대를 모색하나 싶었지만, 미국의 강경책에 또 두 나라 관계는 급랭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건 한국의 움직임이다. 한국은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를 외교정책의 바탕에 뒀지만, 이번만큼은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들인 종전선언 이벤트의 장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더 관심이 모아진다.
백악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미국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은 파견하되, 개·폐회식과 같은 주요 행사에는 행정부 인사를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의 인권과 관련한 전력 때문”이라며 “중국은 국제사회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평상시와 같이 행동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내는 것”이라며 “다만 선수단을 파견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미중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주는 건 옳지 않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1980년 구 소련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당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수단까지 보내지 않는 전면 보이콧을 한 적이 있다.
미국이 불참의 이유로 인권을 내세웠지만, 그 기저에는 미중 패권전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 외에 경제, 기술, 안보, 대만, 남중국해 등 거의 모든 사안마다 각을 세우며 시진핑 국가주석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서방 진영을 끌어모으며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중국을 압박하는 강도가 더 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에 대한 정치적인 모욕”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한국 선택은
이번 방침이 주목 받는 건 미국만 해당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9~10일 약 110개국과 함께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한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규정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인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게 유력하다.
이미 영국과 호주 등은 미국을 따라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주요 유럽 국가들 같은 서방 진영 전반이 추가 동참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80년 전면 보이콧 당시 60개국 이상이 동조한 전례가 있다.
특히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종전선언의 기회로 활용하려 하는 한국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한국전 종전선언을 처음 제안했고, 그 이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종전선언을 비롯한 ‘평화 이벤트’의 유력한 무대로 거론돼 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스포츠 정치화를 그만두고 외교적 보이콧을 중지해야 한다”며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반격하는 조치를 결연하게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외국 정상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도만 올림픽 참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반쪽 올림픽’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