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소비 트렌드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기대와 고민은 계속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쿠팡은 올해 분기 첫 흑자를 달성하며 성장성을 입증해냈고, 경쟁 이커머스 업체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슈퍼·편의점 등은 이에 맞서 경쟁력 있는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고심을 이어갔다.
대외적 변수뿐 아니라 각 유통업체별 사건·사고도 많았다. 스타벅스는 ‘서머캐리백’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되며 곤욕을 치렀고, 올해 최고의 히트 상품인 ‘포켓몬빵’을 출시해 승승장구하던 SPC는 계열사 내 산업재해를 막지 못한 데 이어 안일한 후속대처로 불매운동에 휩싸이기도 했다. 화물연대를 비롯한 물류업계 고질적 노사관계 문제는 올해 유독 두드러지며 주류시장과 택배업계를 불안에 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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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서울 시내에서 5600원이면 먹을 수 있었던 자장면 한 그릇이 올해 말 6500원으로 평균 가격이 1000원 가까이 훌쩍 뛰었다. 김밥과 냉면, 김치찌개 백반은 물론 삼겹살까지 1년새 가격이 최대 2000원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세계 물류가 마비되고 곡물 등 원부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진 탓이다.
고물가 상황은 이같은 외식비에만 그치지 않았다.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식용유(43.4%) △밀가루(36.1%) △치즈(35.9%) △빵(15.8%)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두 자릿수대 크게 올랐고, 식음료 제조업체와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속속 제품 가격을 올리며 장바구니 부담을 키웠다. 샤넬은 올해만 네 차례 가격을 인상하는 등 명품 역시 가격인상 행진에 합류했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선 도 넘은 수준의 인상이라며 반발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②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
올해 전 산업계를 강타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잇따른 파업은 유통업계도 피하지 못한 악재 중 하나였다. 국내 대표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000080)는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의 파업으로 위기의 여름 성수기를 보냈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강원·이천·청주 공장 출고를 방해하는가 하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를 점거하는 등 극단의 갈등을 빚다가 9월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말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이하 택배노조)의 총파업으로 택배업계 노사간 갈등이 심화하기도 했다. 당시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로 추진된 택배요금 인상으로 CJ대한통운(000120) 본사만 배를 채운다는 주장을 펼치며 총파업은 물론 서울 중구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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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당당치킨 발 반값치킨 열풍
올해 살인적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에선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초저가’ 전략이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그중에서도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치킨은 모든 국민이 선호하는 음식이지만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면서 가격 부담으로 편히 먹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는 기획 취지가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고물가 시대의 상징적 제품으로 한국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당당치킨이 등장할 당시 이미 유통업계에선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고물가에 대한 국민적 부담이 컸던 상황이라 그 반향은 컸다.
④SPC 불매운동
국내 최대 제빵·외식기업인 SPC그룹은 산업재해와 그 대응을 놓고 전 국민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10월 중순 SPC그룹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허영인 회장의 뒤늦은 사과, 현장 조사를 나온 고용노동부 감독관의 서류 유출 등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후속대응이 이어지면서 SPC그룹 전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됐다.
SPC그룹은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하고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4개의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10월 21일부터 40여일간 총 28개 생산시설에 대해 안전진단을 펼쳤다. 다만 SPC그룹의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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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광주 복합쇼핑몰 경쟁 본격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으로부터 시작된 광주광역시 복합쇼핑몰 건립 추진은 백화점 업계 가장 큰 화두였다. 지난해 ‘더현대 서울’과 ‘롯데백화점 동탄점’, ‘신세계백화점 대전 아트&사이언스점’을 오픈한 백화점 업계는 사실 당분간 신규 출점 계획이 없었던 터지만 유통업계 불모지로 불렸던 호남권에 정부발 복합쇼핑몰 건립은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여겨진 모양이다.
신세계그룹은 광주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에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 광주(가칭)’를 신규 출점하고, 기존 광주신세계백화점를 ‘광주신세계 아트앤컬처파크(가칭)’으로 확장 리뉴얼하는 ‘투 트랙’ 전략을 광주광역시에 제안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울 여의도에 신규 출점해 괄목할 성과를 낸 ‘더 현대 서울’의 광주 버전인 ‘더현대 광주(가칭)’를 만든다는 계획으로 이에 맞섰다. 롯데그룹의 참전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