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연초 성과급 지급을 위해 잇따라 자기주식(자사주) 처분을 결정한 가운데, 절반의 상장사에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들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인 반면, 일각에선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늘면서 기존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자사주 처분 결정 공시건수는 15건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4건, 코스닥 1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자사주를 처분하는 업체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25건의 자사주 처분 공시가 이뤄졌는데, 코스피는 8건, 코스닥은 17건이었다. 비율상으로는 36% 감소한 셈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실적이 악화하고 투자심리가 꺾이면서 자사주를 처분하는 회사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주요 상장사들은 성과급 지급을 자사주 처분 목적으로 제시했다.
네이버(035420)와
카카오(035720)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지난 2일 보상 경쟁력 강화를 내걸며 자사주 21만743주를 주당 17만9500원에 장외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처분예정금액은 378억원 규모다. 처분예정기간은 이달 2일부터 31일까지다.
카카오 역시 임직원에 대한 상여금 지급을 위해 지난 19일 1981주를 주당 6만1600원에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처분 방법은 카카오의 자사주 계좌에서 임직원 주식 계좌로 주식을 이체하는 식이다. 처분예정금액은 1억2202만원 규모다. 처분예정기간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4월19일까지다.
코스닥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포바이포(389140)는 지난 30일 10억원 규모의 8만주를 처분해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고지했다.
푸드나무(290720)도 임직원 근로 의욕 고취를 위해 8320만원 규모의 자사주 8490주를 처분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기존 인력의 이탈을 막고 기업가치를 신장하기 위해 자사주를 처분해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사주 처분으로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늘어나면 기존 보유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자사주를 처분 결정을 공시 이후 다음 거래일 상장사들의 주가를 보면 14곳 중 7곳에서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닥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선 10곳 업체 가운데 6곳의 주가가 떨어졌다. 주가가 가장 크게 하락한 업체는
플리토(300080)로 4.56% 내렸다. 반면 코스피 상장사들은 4곳 중 1곳만 하락했다. 네이버가 자사주 처분 공시 이후 다음 거래일 0.56% 소폭 떨어졌다.
전문가들도 성과급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는 소각으로 연결해 일반 주주들을 위한 주주환원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은 영업 행위로 창출한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지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