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순진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 민간공동위원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탄중위 사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역사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동일 분야 기술의 비용 늘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원자력 발전만 계속해서 비용이 늘어나는데, 이유는 바로 위험성 때문”이라며 “경제 시장에서부터 손해가 나는 기술을 활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앞으로 30년간 우리나라에서 순 배출하는 탄소를 없애는 이른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마련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지난 5월 출범했다. 탄중위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모든 영역에서의 대전환을 주도하는 최상위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는 3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석탄 발전의 유무와 전기·수소차 비율, 건물에너지 관리, 탄소포집·저장 등 핵심 감축 수단을 달리 적용해 △1안 2540만t △2안 1870만t △3안 0(net-zero)의 2050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전망했다.
시나리오가 발표된 이후 논란도 컸다. 환경단체는 탄중위가 제시한 1안과 2안이 각각 석탄발전소와 LNG발전을 유지하며 국내 탄소배출을 남겨두고 있어 탄소중립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산업계는 다른 부분에 비해 산업 부분이 떠안아야 할 탄소 감축분이 과도하다고 호소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너무 낮다며 시나리오가 불확실성 미래기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여러 전제조건을 두고 미래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라며 “1안이 석탄발전소를 유지했다고 해서 탄소중립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유지할 경우 해외 조립 사업 등 국외 탄소 저감까지 동원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탄소중립이라는 달성해야 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바꿔야 한다”며 “실패해서는 안 되는 큰 실험이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사회적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시나리오의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1안과 2안이 국내의 탄소 배출량이 남아 있어 탄소중립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3가지 안 모두 탄소중립 실현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만 1안과 2안의 경우 국내에서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 조림 사업이나 국제 탄소시장을 활용해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또 감축분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탄소중립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탄소중립은 배출과 흡수를 합쳐 순 배출량을 없앤다는 의미지만, 그렇다고 흡수만 가능하다면 마음껏 배출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줄일 수 있는 탄소 배출은 최대한 줄이고 그래도 남은 부분은 산림 등 자연 기반 흡수원을 통해 해결하고, 그래도 남으면 탄소 포집·이용·저장 기술(CCUS) 등 인공적인 기술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탄소 배출이 아예 없는 3안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뜻인가
△1안, 2안, 3안이 모두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는 모습이라는 뜻이다. 각각의 안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하고 비용을 낼 수 있는지 따져보자는 것. 국제 정세상 유럽, 미국, 중국 등에서 탄소세 논의가 이어지는데 이 경우 석탄 관련 비용은 계속 늘어나게 된다.
국내 탄소배출이 없는 3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 종사자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하지 않고는 어렵다. 에너지전환 지원법 등을 통해 건설 중이거나 막 건설된 석탄 발전소를 얼마나 어떻게 보상할지 합의가 필요하다. 만일 1안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2050년까지 남아 있을 석탄발전소 7기에 대해서 회의체를 만들어 보상에 관한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국가가 허락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파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는 게 비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원자력 발전소는 늘어난 곳보다 문을 닫는 곳이 많았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폭증해 원자력 발전량의 500배 이상이었다. 신규 발전시설 투자 금액 중에 69%는 재생에너지다 원전은 9% 수준에 그친다. 세계 시장에서 현재 원전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으면 전기요금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전에 대한 전기요금을 다시 매겨야 한다. 사용 후 핵 원료는 현재 원전의 보험료에 산정되어 있지 않고 있다. 원전 사고가 나면 부지당 최대 500억원 정도 배상하도록 보험을 들고 있다. 나머지는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런 부분도 다시 산정해 원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가 다른 나라보다 비싼 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시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보지만,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시설 너무 들어가기 어렵고 공사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풍력 발전소를 설치하는 데 2~3년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6~7년 걸리고 민원도 많다. 이것도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확산하면서 지역 주민이 더불어 이익 나누는 이익 공유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으로 인한 일자리 충격도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태양광의 75% 국산이다. 중국이 양산화하면서 가격경쟁력 높지만 국산 제품의 효율이 좋기 때문에 선호를 받고 있다. 풍력발전 대표기업인 삼강엠엔티는 대만에서만 사업 규모를 기가와트 단위로 늘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만들 일자리가 기대되는 이유다.
다만 탄소중립으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도 분명히 있다. 아직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얼마만큼 줄어들지 정확하게 분석된 자료는 없다. 정확한 분석과 지원으로 포용적이고 정의로운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은
△1967년 출생 △서울대 사회학 학사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 도시문제와 공공정책학 석사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 △한국환경교육학회 부회장 △한국환경정책학회 이사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국무조정실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