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재우고 올게"…불륜·음란채팅 판치는 오픈카톡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용한 비윤리적 채팅방 성행
기혼자 외도용 '기혼썸방'부터 음란행위 일삼는 '음란톡방'까지
카카오 "채팅방은 사생활 영역이라 단속 어렵다"
  • 등록 2020-04-24 오전 12:05:33

    수정 2020-04-24 오전 7:30:23

기혼끼리 설레는 썸타자’, ‘기혼끼리 하트시그널’, ‘내꺼 볼래?’...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채팅 서비스 ‘오픈채팅’에 비윤리적인 채팅방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한 'N번방', '박사방' 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면서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채팅방 특성상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범죄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한 사전에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서비스에 검색되는 '기혼썸방'.(사진=이다솜 인턴기자)

'기혼썸방' 입장 위해 기혼 인증·실시간 얼굴공개 필요

오픈채팅 검색창에 ‘기혼’을 입력하자 기혼자끼리 썸을 타자는 이른바 ‘기혼썸방’이 수십 개 검색됐다. 채팅방의 제목도 ‘3040 서울·경기 기혼남녀 썸 탈 수 있는 방’, ‘2939 기혼 두근두근 썸방’ 등으로 단순한 친목 관계를 위한 목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오픈채팅 내 개설된 여러 기혼썸방 중 대부분의 채팅방에서 기혼 인증을 요구했다.

방장과의 1대1 채팅을 통해 웨딩사진 혹은 자녀의 돌잔치 사진 등을 보여주며 기혼 상태임을 인증하고 나서야 채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인증 절차를 거친 신입 회원은 촬영 시각과 자신의 닉네임을 적은 종이를 들거나, 손가락을 세 개 펼치는 등 도용 방지 미션을 수행하는 ‘실공(실시간 얼굴공개)사진’을 전송해야 한다.

실공을 마친 뒤에는 주어진 양식에 맞춰 자신의 신상정보를 담은 프로필을 작성한다. 양식에는 결혼 연차와 자녀 수를 비롯해 낮프, 밤프('낮 혹은 밤 free'의 준말로 여유있는 시간대를 의미) 등 생활 스타일을 묻는 질문이 기재되어 있었다.
한 '기혼썸방' 내부의 공지사항.(사진=이다솜 인턴기자)

오픈채팅 통해 오프라인까지 '은밀한 만남'

철저한 인증제로 운영하는 기혼썸방에서는 남녀 간 일상적인 대화부터, 수위가 높은 음담패설까지 함께 오갔다.

기혼썸방의 참여자인 27살 남성 P 씨는 결혼을 일찍 했다는 한 여성의 말에 ‘다음 달에 아이의 돌잔치를 한다’며 으스대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방의 31세 여성 M씨가 남편을 재우고 채팅방에 돌아오겠다고 말하자, 남성들은 ‘남편의 뒷목을 쳐서 재우고 와라’라고 하는 등 배우자를 희화화하기도 했다.

채팅방을 통해 카카오톡 대화뿐 아니라 오프라인 만남까지 밤낮으로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들의 만남은 ‘벙개’라는 은어로 불리며 밥벙(밥 먹는 만남), 술벙(술 먹는 만남), 커벙(커피 마시는 만남) 등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채팅방 참여자 남성 A씨는 점심에 여성 B 씨와 커벙을 하고, 저녁에는 여성 C 씨와 밥벙을 했다. 만남 후기는 채팅방 내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됐으며, 서로에 대한 외적인 평가도 빠지지 않았다.

이따금 채팅방에는 그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야유를 보내는 이들이 입장했다.

익명의 참여자는 “아줌마 아저씨들은 집에 있는 남편이랑 부인은 생각 안 하세요? 나이를 곱게 드세요”라는 내용의 카카오톡을 전송한 뒤 퇴장당했으며, 한 참가자는 ‘불륜충들 XXXX’ 라는 욕설의 닉네임으로 입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혼썸방의 이용자들은 자주 있는 일인 듯 그들의 야유를 웃음거리로 삼거나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기혼썸방'내의 참여자들이 나눈 대화의 일부.(사진=이다솜 인턴기자)


'음란톡방'에서는 보이스톡·페이스톡 기능 이용해 음란행위

기혼썸방 이외에도 오픈채팅 서비스를 통해 음란한 내용의 채팅을 하는 ‘음란톡방’도 성행했다.

오픈채팅 검색창에 ‘내꺼’, ‘그거’ 등 관련 단어를 검색했을 때, 음란한 목적의 채팅방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카카오 측이 해로운 채팅 문화를 방지하기 위해 성매매·조건만남과 같은 단어를 채팅방 이름이나 대화명으로 쓸 수 없도록 금칙어로 설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금칙어 데이터베이스(DB)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익명으로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여주려는 이들이 음란톡방을 개설했다. 보이스톡(음성통화 기능), 페이스톡(영상통화 기능)으로 음란행위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채팅방도 있었다.

일부는 카카오톡보다 주요 메신저로서의 국내 사용자가 적은 메신저 '라인' 아이디를 공유해 음란 행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기자가 입장한 음란채팅방의 개설자는 “카카오톡 측에서 일일이 보이스톡을 듣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서 다른 여성과 음란행위를 한 적이 많다”면서 “상호 간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카카오톡 정지를 당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 불안하면 정지당해도 상관없는 라인으로 넘어가자”며 설득했다.


오픈채팅 서비스 내 개설돼있는 음란채팅방.(사진=이다솜 인턴기자)

카카오 "비윤리적 채팅방에 대한 단속은 어려워"

하지만 카카오톡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인만큼 '기혼썸방'이나 '음란톡방'의 근절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채팅방은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오가는지 회사 차원에서 모니터링 할 수는 없다"며 "보이스톡 모니터링 역시 불법 감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팅 참여자의 자발적인 신고가 접수된 건이 아닌 경우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채팅방에 입장하지 않아도 채팅방 제목과 해시태그를 통해 불륜이나 음란채팅과 같은 유해한 목적의 채팅방을 판별할 수 있는 경우에도 단속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카카오 운영정책에 의하면 카카오톡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과도한 신체 노출이나 음란한 행위를 묘사하는 행위, 상식과 사회 통념에 반하는 비정상적인 행위에 대해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음란톡방과 기혼썸방이 이에 해당하는 채팅방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혼썸방이라는 제목에서 불륜 목적을 유추할 수 있더라도 채팅방에서 직접 비윤리적인 행위가 이뤄지는 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채팅방 존재 자체에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면서 "금칙어 DB를 벗어난 단어를 통해 음란 채팅방이 개설되는 것도 일일이 발견해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측도 "오픈채팅방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음란물 공유와 같은 범죄 행위에 대한 신고접수가 이뤄져야 단속 및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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