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미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이 발전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미중 반도체 전쟁’이라고들 하는데요. 미국이 중국을 옥죄는 까닭은 무엇이고,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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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A: 반도체는 ‘미래의 쌀’이라고도 불립니다. 당장 지금도 매일같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세탁기, 냉장고 등은 물론, 우크라이나에서 쓰이는 미사일, 탱크, 드론 등 전쟁 무기까지 반도체가 없는 제품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말 그대로 미래 산업에서 없어선 안되는 핵심·필수 부품입니다.
미중 반도체 전쟁의 반도체는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일반 반도체가 아닌 최첨단 반도체를 뜻합니다.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 확보 여부가 궁극적으로는 얼마나 더 뛰어난 군사 장비를 확보할 수 있는지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각국의 석유 쟁탈전이 전쟁이나 불편한 동맹, 외교적 갈등을 유발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반도체 전쟁’(Chip Wars)의 저자이자 터프츠 대학의 부교수인 크리스 밀러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강대국들은 첨단 컴퓨팅 기술을 확보할 때마다 이를 군사·정보 시스템에 도입했다”면서 “미중 반도체 전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비 경쟁과 명백하게 연관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화웨이를 시작으로 개별 기업이나 산업, 공급망을 직접 겨냥하는 방식으로 더욱 정밀해졌고,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선 반도체 산업을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미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는 그 집약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 만들어졌든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나 설계 소프트를 중국 반도체 업체에 판매하려면 미 정부로부터 허가(라이선스)를 얻어야 합니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출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제 발표 이후 애플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반도체 업체와의 계약을 보류했습니다.
아울러 미 시민권 또는 영주권 소지자는 중국 반도체 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반도체 관련 핵심 인력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최첨단 반도체 개발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원천 차단하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차이나의 링하오 바오 애널리스트는 BBC에 “반도체 산업에선 인재가 정말로 중요하다. 중국 반도체 업체 경영진 가운데 미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많다. (미국의 새로운 규제는) 중국에 매우 위협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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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양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은 이미 새로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미국 내 생산기지를 늘리고, 대만, 일본, 네덜란드와 합종연횡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조만간 미국과 유사한 대중국 반도체 규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니다.
밀러 부교수는 “반도체 생태계가 중국 중심,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을 중심으로 양분되면 각 시장 참여자들이 한쪽 편을 선택토록 강요하는 등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아마 많은 경우 중국과의 관계를 포기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한국 역시 적지 않은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보복시 큰 피해가 예상돼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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