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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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100년 기업으로 갈 수 있는 신한을 만들겠다.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가장 중점을 두고,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
8일 신한금융그룹(지주) 차기 회장에 추천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밝힌 소감이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 로비는 몰려온 30여명의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열리기 직전에만 해도 10여명에 그쳤던 취재진이 오후 들어 두배 넘게 몰린 것이다. 예상 밖 결과였기 때문이다.
물론 진 행장도 최종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에 있었지만, 조용병 회장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기에 그가 회장에 오를 것이란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진 행장조차 이날 그룹 회장 내정 소감을 밝히며 “얼떨떨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했을 정도였으니, 본인도 꽤 놀란 눈치였다.
실제로 이날 회추위가 최종 회의 후 브리핑에서 성재호 신한금융 위원장이 “진옥동 현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발표하자 장내는 술렁였다. 조 회장이 연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진 행장의 이름이 불렸기 때문이다. 조 회장 연임으로 기사를 준비했던 기자들의 탄식과 놀란 신한 금융맨들의 함성이 뒤섞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신한금융 회장 투표는 싱겁게 끝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채용비리 등 사법리스크가 사라진 조 회장 3연임이 확정적이란 분위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회장이 이날 회추위 면접 발표가 끝난 직후 위원들에게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판세가 뒤바뀌게 됐다.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신한금융 2인자인 진 행장에게 사외이사들의 표가 몰렸다. 결국 진 행장이 ‘옥행장’에서 ‘신한의 1인자’로 ‘옥회장’이 됐다.
금융업계에선 진옥동 행장의 회장 내정을 두고 ‘이변’이라고 평하고 있으나, 한편에선 ‘될 사람이 됐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진 행장이 2019년 신한은행장을 맡으면서 부쩍 성장했기 때문이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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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자산 변동만 봐도 2019년 392조원에서, 2020년 427조원 2021년말 467조원, 2022년 6월말 기준으로는 494조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부분도 지난 2019년 2조2392억원, 2021년 2조4944억원을 기록하며 성장했고, 올해 3분기는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5925억원을 내며 이미 전년 순익을 넘어섰다. 올해 3분기에는 KB국민은행의 순익 2조5506억원을 제치고 2018년 이후 4년 만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가져오는 데도 성공했다. 회추위에서도 진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한 이유에 “지난 4년간 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하며 리딩뱅크로서 지위를 공고히 한 점,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달성하는 경영능력, 그리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탁월한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준 점”을 들었으니, 진 행장 탁월한 경영능력은 이미 입증받은 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진 행장의 화려한 일본지사 근무 경력도 그를 회장 자리에 오르게 한 발판이 됐다고 보고 있다. 진 행장은 일본에서만 18년을 근무한 ‘일본통’으로 불린다. 진 행장은 1997년 오사카 지점으로 발령을 받아 일본통으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2008년 오사카 지점장으로 승진한 뒤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으로 승진했고 SBJ은행 법인장도 역임했다. 그는 SBJ은행에서 소매금융 시장을 공략해 SBJ은행을 고속 성장시켰다. 현재 신한금융그룹 이사회 12명 중 김조설·박안순·배훈·진현덕 등 4명이 재일교포 출신으로 알려진다. 이중 배훈·진현덕 사외이사는 회추위 위원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최근 일본 사상가 이시다 바이간의 책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을 번역해 출간하기도 하면서 능통한 일본어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진 행장이지만, 번역본을 만드는 것에는 1년의 시간을 소요했다는 후문이다.
차기 회장이 된 진 행장은 최우선 과제로 ‘신뢰 회복’을 꼽았다.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깨진 신뢰를 회복하고 ‘100년 기업으로 갈 수 있는 신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진 행장은 “우리를 믿고 거래한 고객에게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많은 상처를 드렸다. 그 부분에 대한 신뢰 회복이 제일 우선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