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GIST)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의 신성장동력이자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그동안 완성차 제조사는 내연기관차 수요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판매 경쟁에 마주했고, 결국 살아남기 위해 안전성보다 경제성을 더 우선시한 게 사실이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이달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발생한 고가의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 안전성이 불분명한 배터리를 탑재해 발생한 화재 사고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GIST)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전 에너지기술평가원장). (사진=이데일리DB) |
|
당시 이 화재로 인해 주변에 있던 차량 140대여가 소실되거나 그을렸고, 아파트 주민 23명은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480여세대는 단수·단전으로 피신하는 등 인적·물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모두 단 한 대의 전기차가 빚은 대규모 화재 사고였는데, 피해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업계 안팎에서 경제성 때문에 안전성을 희생한 부분을 지금이라도 공공안전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시중에 보급된 전기차 배터리는 수백 개의 셀 중 단 하나만 고온이 돼 불이 붙어도 전체로 확산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금도 냉각재나 난연재를 써서 화재 전이를 차단하거나 고장 난 셀이 없는지 진단하고 관리하는 배터리관리기술(BMS)도 존재한다.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소화하는 기술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부피가 커지고 성능이 저하되며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제조사들은 이를 적극 채택하지 않고 있다. 차량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경제성 논리 때문이다.
아파트를 쑥대밭으로 만든 ‘제2의 전기차 화재’가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안전규격부터 강화해야 한다. 화재시 소화가 용이한 구조를 제조사가 채택하도록 규격을 정비해야 한다. 완성차 제조사들도 배터리가 차체 충격이나 열변형 등에 잘 견디도록 만들어야 한다. 셀 간 전압을 일치시켜주는 셀 밸런싱이나 배터리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화재 발생 시 자동소화하는 장치도 개발해야 한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 완벽한 대중화의 길을 걷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급한 건 바로 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