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살인죄 적용한 '정인이 사건', 입증이 관건

검찰, '정인양 사망 사건' 피고인 양모에 살인죄 적용해 공소장 변경
당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적용, 사인 재감정 통해 살인죄 적용 판단
'복부에 강한 외력' 입증되나 피고인 직접 위력 행사는 정황적 추정, 공판서 공방 예상
  • 등록 2021-01-17 오전 12:05:39

    수정 2021-01-17 오전 12:05:39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16개월 입양아를 장기간 학대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서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학대치사 혐의와 달리 살인이 인정될 경우 형량에서 큰 차이가 나 법원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더욱 주목됩니다.

첫 재판 마치고 나오는 ‘정인이’ 양부. 사진=연합뉴스


“사인 재감정 통해 살인죄 적용 결론”

검찰은 이번 주 열린 첫번째 공판에서 재판부 허가를 받아 공소장을 변경했습니다. 검찰은 양모 장모씨를 아동학대 치사, 아동 유기, 방임 등 혐의로만 기소했지만 사건 진상이 재조명되면서 사인 재감정을 통해 살인죄로 기소하기로 했습니다.

검찰은 처음 기소 내용인 아동학대치사 혐의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살인 혐의는 주위적 공소사실로 공소장을 변경했습니다. 주위적 공소사실이란 검찰이 먼저 판결을 구하는 기소원인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재판의 주된 혐의로 볼 수 있습니다.

예비적 공소사실은 주위적 공소사실 무죄 판결에 대비해 해당 혐의에 대해서도 판결을 해달라는 요청입니다. 이에 따라 장씨 살인죄에 대해 무죄가 나오더라도 아동학대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재판은 상당한 공방이 예고됩니다. 장씨가 살인죄는 물론 아동학대 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피해 아동 사인 재감정 결과 ‘피고인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거나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를 얻었습니다.

대검 법과학분석과 역시 장씨에 대한 심리생리 검사, 행동 분석, 임상심리 분석을 바탕으로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법의학적 판단, 심리분석을 더해 살인죄를 추가해, 공판에서는 이같은 추가 입증자료들이 얼마나 수용되느냐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학대치사도 인정하지 않는 양모

반면 장씨 측은 살인은 커녕 학대 치사 혐의도 부인했습니다.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재감정 결과를 통해 ‘복부에 넓고 강한 외력이 가해졌다’는 사실은 드러났지만 이같은 충격이 가해진 경위는 추정만 가능할 뿐입니다.

장씨가 학대 과정에서 이같은 외력을 가했을 가능성이 이번 사건을 재조명한 시사프로그램의 추정이고 정황상 유력하기도 하지만, 말그대로 이는 정황상 ‘그런 것 같다’는 추정일 뿐입니다. 가해자의 자백이나 물적 증거가 없는 한 이를 살인의 직접 증거로 입증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장씨 측도 이같은 상황을 이해한 듯 공판에서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 피해자 떨어뜨린 사실은 있지만 장기가 훼손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살인 의도를 가지고 외력을 가한 적도 없고, 자신의 학대로 사망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장씨 변호인은 “(피고인)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며 피해아동 사망과 피고인 행동 사이의 극히 제한적인 연관관계만 인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 결론에 따라 장씨 형량은 크게 달라집니다.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을 보면 살인죄의 경우 기본 양형이 10∼16년으로 가중 요소를 인정하면 무기징역 이상 중형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동학대치사는 기본 4∼7년, 가중 6∼10년으로 상대적으로 양형 기준이 낮습니다. 장씨 측이 주장하는 대로 학대 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습니다.

피해 아동의 죽음에 양모가 가장 큰 원인이 되었으리라는 사실이 비교적 자명한 사건임에도, 법은 증거에 따라 천차만별의 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검찰이 처음부터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을 정도로 이번 공판의 난관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을 떠나, 입양 제도, 아동학대 방지, 학대 사건에 대한 대응 등 당국의 대응 능력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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