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이 뉴노멀?…외환당국, 환율 저항선 딜레마

한 달 새 환율 100원 가량 ‘급등’
美경기 호조·트럼프 우세에 ‘강달러’
당국, 환율 우려 동시에 1400원 용인 내포
전문가, 1400원 돌파 두고 의견 엇갈려
  • 등록 2024-10-28 오전 5:00:00

    수정 2024-10-28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원·달러 환율이 1390원대로 치솟았다. 환율이 올해 연고점인 1400원에 가까워지면서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고조되고 있다. 당국이 ‘1달러=1400원’을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인정할지, 1400원대로의 상승을 저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달 새 100원 가까이 오른 환율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 26일 새벽 장에서 환율은 1392.2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6월 27일(1395.0원) 이후 약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9월 말 환율은 장중 1303.4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10월 들어 환율은 단 이틀을 제외하고 연일 상승하며 1390원대까지 급등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00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최근의 환율 급등은 글로벌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 크다. 미국 경기 호조로 인한 금리 인하 지연과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 중동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된 탓이다.

환율이 연고점이자 사실상의 저항선으로 인식되는 1400원 턱밑까지 올라온 만큼,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환율이 장중 1400원을 터치했을 때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이어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유입되면서 환율 추가 상승이 제한됐다. 6월에도 한국과 일본 공동으로 구두개입을 했고,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를 증액하는 등 다양한 시장 안정 조치를 내놓으면서 1400원대 진입을 막았다.

당국 개입 시점 촉각…1400원 돌파 전망도

최상목(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환율 속도가 가팔라지자 당국 수장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1400원을 저항선으로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동시에 갖게 만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타깃(특정한 환율 목표치)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현재의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지금의 환율 수준은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있는 정부로선 환율 급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대내외적인 상황상 환율 1400원은 무리가 아니라는 판단도 섞여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의 달러 매수 심리를 키우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환율 상단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 베팅일 경우 추가 원화 약세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은 미 경기 호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어 환율이 1400원 이상 오를 가능성이 낮다”며 “앞서 2분기에서 1400원을 사수하려는 외환당국의 개입 의지가 확인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환율이 1400원을 찍었던 지난 2분기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약 60억달러를 팔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1년 내 최대 규모다.

반면 1400원 위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당국에서 불편한 가격대에 와 있는 만큼 1400원은 지켜질 것이란 생각이 있다”면서도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하면 연준 정책이 상쇄될 가능성이 크고 단기적으로 환율은 오를 수밖에 없어,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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