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선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등 ‘비둘기(완화 선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5% 물가도 부담이지만 경제 침체,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 등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가 되고 있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단기금융시장이 한은의 기준금리 수준보다 더 긴축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놀라게 할 ‘매파(긴축 선호)’ 색채는 빠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와 경기간 상충관계가 심해지면서 7명의 금통위원 의견을 한 곳에 모으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작년 11월말에 밝힌 ‘한은식(式) 금리 점도표’도 바뀌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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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복잡해진 금통위원…어느 쪽도 ‘찝찝하다’
채권시장 등 전문가들은 13일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이데일리가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1명을 대상으로 1월 금통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2일부터 4일간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도 67명이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일 신년사를 통해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물가·경기·금융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개별 금통위원들이 물가, 경기 중 어느 곳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금리 결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작년엔 무게의 추가 ‘물가 안정’에만 있었지만 올해는 경기, 부동산 시장 경착륙 등으로 서서히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은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했다. 한 금통위원은 “추가 인상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위원은 “그간의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점검하는 가운데 신중히 긴축 속도를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총재가 11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3명의 위원이 최종금리를 3.5%로 보고 2명이 3.5%에서 3.75%로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하고 나머지 한 명만 3.25%에서 금리 인상을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한은식 금리 점도표’가 현 시점에선 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1, 12월 물가상승률이 5%로 빠르게 둔화됐고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2월 3.8%로 6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다. 반면 경기침체 우려는 커졌다.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7%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경기 하방 압력이 강해지면서 한은이 전망했던 우리나라 성장률 1.7% 달성도 쉽지 않아보인다. 씨티는 한은이 성장률을 0.8~1.4%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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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결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창용 총재의 메시지는 비둘기 성격이 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기의 종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에 국고채 금리는 금통위를 앞두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작년말 3.722%에서 3.466%로 약 2주 만에 25.6bp 하락해 작년 8월 24일(3.31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3.5% 전망보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더 낮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 10년물 금리도 3.730%에서 3.412%로 3년물 금리보다 낮아졌다.
단기금융시장 상황 자체가 한은이 금리를 올린 수준보다 더 긴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3개월 만기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12일 3.87% 수준으로 만기 3년짜리 국고채 금리(3.466%)보다 훨씬 높다. 기준금리와 91일물 CD금리간 격차가 평균 20bp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CD금리는 연말 4%에서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총재 메시지는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주력할 전망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면서 경착륙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시장금리 상승을 자극해 엇박자를 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은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와 무관하게 은행권을 상대로 예금 금리뿐 아니라 대출 금리의 과도한 상승을 자제시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