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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운드화 역대 최저 폭락
2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파운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파운드당 1.0386달러까지 하락했다(파운드화 약세·달러화 강세). 1파운드의 가치가 1.04달러 아래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당초 역대 최저였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 당시보다 더 낮아졌다.
파운드화 대폭락은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 직후 나왔다. 영국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내리고 법인세를 19%에서 25%로 올리려던 계획을 철회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에 따르면 이번 감세안은 197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파운드화를 내던지는 투매로 반응했다. 물가가 폭등하는 와중에 사실상 돈을 푸는 감세는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뿐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적절하지 않다는 진단 때문이다. 정부가 훨씬 더 큰 부채 부담을 질 것이라는 우려다.
밴티지 포인트 자산운용의 니콜라스 페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와중에 영란은행(BOE)이 물가와 싸우는 것은 주요 도전”이라며 “BOE가 이번주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올려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뱅크의 삭티안디 수파트 FX 전략가는 “영국 정부의 건전 재정에 대한 의지 부족으로 파운드화가 급격하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감세 정책을 축소하거나 금리를 확 올리는 방안 외에는 딱히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파운드·달러 환율이 유로·달러 환율에 이어 패리티(parity·1대1 교환)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많다. TD증권의 메이젠 이사 선임전략가는 “파운드당 1.05달러 이하에서는 패리티를 정말로 볼 것”이라며 “파운드화가 유로화처럼 패리티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곧바로 환율 방어를 위한 구두개입에 나섰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성명에서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인플레이션을 2% 중기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는 11월 예정된 다음 회의 때 전반적으로 평가를 하고 이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BOE는 최근 두 번 연속 50bp(1bp=0.01%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해 왔는데, 지금 같은 파운드화 폭락기에는 그 이상의 긴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BOE, 환율 방어 위한 ‘구두개입’
이런 와중에 달러화 가치는 또 폭등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줄곧 114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강세 속도로 120에 근접할 경우 2002년을 넘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파운드화의 추락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준기축 통화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이외에 기타 신흥국 통화의 경우 더 고꾸라질 수 있는 탓이다. 달러화 가치가 역대 최고치에 다가갈수록 세계 전역은 외환위기의 공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주식전략가는 “달러화 강세는 역사적으로 금융위기 혹은 경제위기로 이어졌다”며 “만약 무엇인가 무너지지 않을까 경계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면 바로 지금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조짐에 위험 회피는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20분 현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4% 하락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0% 떨어지고 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48% 내리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76.61달러까지 떨어졌고,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약보합권에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