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 9년 전 박근혜 "저희 집도 물난리"

전략적 '재난 정치', 안하느니만 못할수도
"솔직히 망설여진다"...진정성 승부
"재난 현장에 정치인 도움 된다"
  • 등록 2020-08-17 오전 12:05:00

    수정 2020-08-17 오전 1:02:2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저희 집도 물이 새서 한참 난리를 치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7월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전 대표 시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당시 박 전 대표는 20년째 살고 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침수 피해를 입었다면서 “엄청난 물 폭탄을 퍼붓는 하늘을 보고 또 보며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하신 분들에게 뭐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하루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상이변이 계속되고 있지만 계속되는 이변은 더는 이변이 아닐 것”이라며 “이제 과거와 다른 기준으로 예방하지 않으면 국민의 안전을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인 만큼 거기에 우선순위를 둬야한다”고 지적했다.

2012년 9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대선후보가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피해를 입은 충남 논산시 봉동1리를 찾아 군 장병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이데일리DB)
당시 중부권을 강타한 폭우로 강남 일대에 산사태 등 피해가 속출하자 여당인 한나라당의 텃밭인 강남 민심이 흔들렸다.

게다가 강남 3구의 절대적 지지로 당선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을 삭감하고 ‘한강 르네상스’ 등 전시성 사업을 펼쳐 “서울을 ‘한국의 베네치아’로 만들려는 오 시장의 꿈이 실현됐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자신도 수재민이라고 밝히면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들끓는 민심을 피해 가고, 자신과 함께 차기 대선 유력주자였던 오 시장을 에둘러 비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폭우 피해 현장을 찾았는데 이 가운데 2014년 8월에는 전략적인 행보를 보였다.

당시 부산 지역을 방문해 피해 복구 상황을 점검한 박 대통령을 두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민생을 챙겨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홍데렐라’ 될라… 심상정도 “솔직히 망설여진다”

6년이 지난 올해도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재난 정치’가 펼쳐졌다.

미래통합당은 당 회의까지 취소하고 원내지도부와 의원, 당직자까지 100여 명이 호남 등 수해 현장을 찾았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016년 말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을 따라잡은 지난 13일에도 300명 규모의 봉사단을 꾸려 전북 남원의 수해 복구 활동을 돕는 등 기세를 몰아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수해복구가 우선”이라며 당 차원의 사진 촬영 없이 봉사활동에 나섰다.

재난은 민생과 직결되는 만큼 그 현장에서 정치인의 가장 큰 무기는 진정성이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변기커버’까지 소환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너무’ 깨끗한 옷과 장화 논란도 마찬가지다.

심 대표는 지난 7일 SNS에 “망연자실한 피해 주민께 작은 위로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며 정의당 의원·당직자·당원들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산사태 피해 농가에서 수해복구 지원작업을 한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이를 보도한 기사에 일부 누리꾼은 심 대표의 말끔한 옷과 장화를 비판했다. 이른바 ‘인증샷’만 남기러 간 것 아니냐는 조롱도 나왔다. 심 대표는 이틀 뒤인 9일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이러한 논란은 같은 날 수해복구 작업에 나선 태 의원의 변기커버 사진과 비교되면서 증폭됐다. 조수진 통합당 의원은 진흙투성이의 변기 커버를 손에 든 태 의원의 모습을 SNS에 공개하며 “태 의원은 하루종일 쉴 새 없이 삽으로 흙을 치웠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수해 현장에서 진흙투성이 변기커버를 들고 있는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왼쪽)과 비교적 말끔한 모습의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페이스북)
정의당은 억울함을 나타냈다.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옷과 장화가 깨끗하다는 지적이 있자 삭제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동떨어진 기사로서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청바지에 진흙이 묻은 심 대표의 사진을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심 대표 역시 현장에서 “재난 피해 현장 방문할 때 솔직히 많이 망설여진다. 복구하시기 바쁜데 괜히 우리들 내려와서 여러 가지 누가 되지 않을까”하고 걱정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입장에선 사진 한 컷으로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이 황당하겠지만, 과거 정치인의 ‘보여주기’식 봉사활동이 안한 것만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까닭도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 시절 수해 현장에서 장화를 신고 벗을 때 허리를 숙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이후 “장화가 미끄러워서 옆에서 잡아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약속한 시간보다 훨씬 짧은 한 시간만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홍데렐라(홍준표·신데렐라 합성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영부인이 왜 거기서 나와”…“정치인도 도움된다”

밀짚모자에 마스크, 고무장갑을 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12일 강원도 철원의 폭우 피해 현장을 찾은 김 여사의 일정은 비공개였고 의전도 최소화했다. 마을 주민들은 점심을 먹으려고 모였다가 배식 봉사 중인 김 여사를 알아보고 깜짝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청와대는 “문의가 많아 알려 드린다”며 김 여사의 봉사활동 내용과 사진을 공개했다. 김 여사는 흘러내리는 머리를 뒤로 넘겨 고정하고 목에 수건을 건 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허리를 짚은 모습으로 자원봉사자와 주민 사이에 스스럼없이 섞여 있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12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를 방문해 수해 복구를 돕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문제는 ‘너무 나간’ 민주당 의원들의 예찬이었다.

노웅래 의원은 SNS에 ‘영부인이 왜 거기서 나와?’라는 글을 올리면서 “지난 2017년 8월 텍사스 허리케인 ‘하비’가 왔을 당시 하이힐에 선글라스 패션으로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영부인이 떠오른다”며 “수해 봉사 패션! 클래스가 다르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그 어떤 퍼스트레이디보다 자랑스럽다. 감사하다”고 했고 최민희 전 의원은 김 여사가 마대 자루를 짊어진 뒷모습 사진과 함께 “수해로 고통받는 분들은 물론 국민께 따뜻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여사님은 힘이 세다!”라고 적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봉사의 미덕을 해친 셈이다. 다만 재난 지역 또는 도움이 필요한 시설에 정치인이 가서 봉사활동 하는 걸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는 12일 SNS에 “재난 현장에 정치인들이 와서 손 하나 보태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행안부(행정안전부)에서 일하면서 겪은 바로는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사회적 책임을 지닌 공인이 먼저 나서면 언론이 주목한다. TV로 화면이 나가면 상황의 심각성이 국민에게 바로 전해진다. 우리 국민은 바로 일어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오고, 이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이 모금된다. 정이 많은 민족이라, 절대 못 본 척하지 않으신다. 번번이 제가 놀라지만, 우리 국민은 정말 위기에 강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 '열애' 인정 후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