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국내 자본시장 정책이 ‘글로벌’에 집중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스타트업 업계가 국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글로벌 투자사도 국내에서 포트폴리오를 늘리기 좋은 시점이라 판단하는 모양이다. 국내 투자사와 함께 펀드를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책도 갈수록 늘고 있어,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투자사가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넓히기에도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사진=아이클릭아트) |
|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VC가 국내 VC와 공동운용(Co-GP) 펀드를 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컨대 NH벤처투자는 이스라엘 VC 아워크라우드와 1000억원 규모의 ‘NH-OC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를 결성했다. 이번 펀드는 NH벤처투자가 지난해 10월 한국성장금융의 기술혁신전문펀드 글로벌오픈이노베이션 분야에 선정돼 결성한 것이다. 성장금융이 400억원을 출자했고,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가 출자자(LP)로 나섰다.
이외에도 국내 VC와 글로벌 VC 간 공조가 늘고 있다. 올해 모태펀드 해외VC글로벌펀드 출자사업은 총 1조 2000억원 규모로 15개사가 선정됐다. 이 가운데 신한벤처투자는 일본 글로벌브레인과, IMM인베스트먼트는 UAE 벤처수크와, 어센트캐피탈은 중국 CCIC와 Co-GP 펀드를 결성할 방침이다.
국내·글로벌 VC간 Co-GP 펀드 결성 사례가 늘어난 데에는 정부 정책의 변화가 한몫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한 투자사 대표는 “올해 외교부 출신의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한 뒤 정부가 ‘글로벌’ 키워드에 집중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사들은 물론 유망 스타트업까지 우리나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VC가 LP들로부터 조달 받은 금액은 대폭 감소했다. 업계는 이때 우리 정부의 글로벌 집중 정책이 글로벌 투자사에 ‘가뭄의 단비’로 여겨졌을 거라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VC들이 LP로부터 출자받은 규모는 805억달러(약 108조원)로, 지난해 연간 출자액인 1962억달러(약 263조원)와 비교했을 때 대폭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지리적 이점도 한몫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로벌 자본시장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때 중국,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삼기 좋은 위치에 있다”며 “최근 들어 K콘텐츠와 서비스, 제품에 대한 글로벌 위상이 높아졌고, 글로벌 관계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나아진 만큼 일부러 한국 시장을 먼저 공략하기 위해 찾았다”고 답했다.
글로벌 스타트업과 국내 투자사 간의 연결고리도 확대될 전망이라 IB 업계는 이런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는 추세다. 국내 진출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기부는 우수한 외국인 창업팀의 국내 법인 설립과 정착을 지원하는 인바운드 사업인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 참여할 19개국 40개팀을 최종 선정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국내 액셀러레이팅 지원뿐 아니라 국내 기업과의 네트워킹·멘토링이 이뤄질 예정이다.
해당 사업에 선정된 한 글로벌 스타트업의 대표는 “이전까지 한국에 진출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겪는 가장 큰 난관은 ‘네트워크 부족’이었다”며 “이 사업뿐 아니라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센터가 서울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어 한국 투자사나 기업에 투자받을 기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