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16년 5월29일 아침 이른 시각 5시20분.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에서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흉기로 급소를 공격당해 절명했다. 인적이 드물고 CCTV도 없던 차에 수사는 미궁이었다. 같은 날 저녁 60대 남성이 경찰서에 나타나면서 해결됐다. 이 남성은 “내가 범인”이라고 했다.
| 김학봉(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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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김학봉은 그해 1월 출소한 강력 전과를 가진 인물이다. 2001년 경북 청도군에서 강도 살인 혐의로 15년 형을 선고받고 이때까지 만기 복역했다. 출소하고 넉 달 만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배가 고파서 (돈을 빼앗아) 밥을 사 먹으려고”(경찰 진술)였다. 출소하고 유랑하며 소일거리로 연명하던 차에 범행을 계획했다. 애초 금품만 빼앗으려고 했으나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반항하자 살해했다고 한다.
김은 조사를 받으면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 ‘처음 만나는 사람을 살해하려고 했다’고 진술해 ‘묻지마 살인’이 의심됐다. ‘두 명을 더 죽이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나중에 경찰과 언론에서 이 말을 번복했다. “홧김에 했던 말”이라는 것이다. 현장 검증 당시는 유족에 “죄송하다”고 했다.
김학봉의 언행과 감정 기복은 앓고 있던 조현병과 연관있다. 김은 1990년대까지 알코올 중독과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이런 이유에서 2001년 강도 살인죄 재판에서 심신 미약 판정을 받아 양형에 반영됐다.
그렇기에 수락산 범행을 예방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앞선 재판을 받을 당시 정교하게 정신 감정이 이뤄졌으면 치료 감호 처분까지 뒤따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이 불발하면서 자연스레 치료 감호 명령도 뒤따르지 않았다. 치료감호는 심신미약자 등을 시설에서 치료하고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제도다.
결국 15년 징역을 사는 동안은 물론 출소하고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수락산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에도 전조는 있었다. ‘환청이 들린다’고 호소하고 정신병원에서 처방약을 받았다.
이번 재판에서도 김은 다시 심신 미약을 주장했다. 정식으로 이뤄진 정신감정 결과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있다’는 취지였다. 김이 빠져나갈 여지가 없었다. 검찰은 법정최고형 사형을 구형했다. 범행 수법이 잔인한 데다가 피해자 유족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생명을 박탈하기보다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잘못을 참회하고 속죄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유족이 반발하고 검찰이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무기징역 판결은 항소심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