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인상'..정부 오락가락에 업계도 소비자도 불만 증폭

  • 등록 2017-07-06 오후 4:17:48

    수정 2017-07-06 오후 4:24:42

서울역 서부역쪽 도로 출근길.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성문재 신정은 기자] 30대 남성 박모씨는 오는 9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차를 바꿀 계획을 세웠다. 유모차 등 아기 짐까지 실으려면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 좋다는 친구의 조언 때문이었다. 휘발유보다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경유세 인상 가능성이 불거졌지만 기획재정부가 부인하면서 안심하고 계약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며칠 사이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경유세 인상 방침을 밝히면서 고민에 빠졌다. 박씨는 “어느 쪽 말을 믿고 결정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결국 자동차 구매를 미루기로 했다.

자동차업계의 환경규제는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맞춰져 있었다. 경유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적고 경제적인 연료로 각광받아 업체들은 기술개발과 생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 SUV 부터 세단에 이르기까지 경유엔진 라인업을 확장했다. 그런데 미세먼지를 잡겠다고 경유차를 억제하니 당황스럽다.

경유세 인상을 놓고 정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정유업계와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혼란에 빠졌다. 관련 기업들은 설비투자, 마케팅 등을 포함한 사업계획과 관련해 불확실성에 노출됐고 당장 자동차를 구입하려던 소비자들은 정책 추이를 좀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며 구매를 늦추고 있다.

원유를 수입해 정제 과정을 거쳐 경유를 생산하는 정유사들은 경유세 인상 논란이 다시 불거진 자체가 당혹스럽다. 정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수송용 연료의 환경영향을 분석한 결과 경유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공청회가 열린 것이 불과 이틀 전이다. 기재부도 앞서 지난달 26일 경유세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박은 바 있다. 가격 인상 이슈는 지나간 것으로 판단했는데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열흘만에 기재부 발표를 뒤집고 경유세 인상 방침을 공식화했다.

원유를 정제하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유종이 경유와 휘발유다. 세금이 올라 최종 소비자가격이 따라 오르면 판매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최대 생산제품인 경유 수요가 감소할 경우 생산설비 가동 및 구축 전략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정유사들은 고도화설비 등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힘들긴 했지만 고유가와 저유가 시대를 무난히 넘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지금도 고도화설비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데 경유 소비가 줄어든다면 휘발유용 설비쪽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결정이 돼야 후속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유세가 꼭 인상되지 않더라도 인상 이슈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자체가 기업에는 부담이다”라며 “방침이 정해지면 그에 맞게 생산설비 투자·가동부터 원유 도입 계획까지 수정하면 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오락가락 하는 정부 정책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여력이 되는 현대·기아차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올해 초부터 스포티지, 싼타페, 쏘렌토 등 SUV 라인업에 가솔린 모델을 추가했다.

하지만 경유 차량 판매 비중이 70%에 달하는 쌍용자동차(003620)는 새로운 가솔린 엔진과 전기차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제 개발을 시작한 엔진이 모든 차종에 적용될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르노삼성자동차도 경유차 선호 분위기에 QM6 경유 모델을 내놓고 잘 팔고 있다가 뒤늦게 가솔린 모델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신차 출시나 마케팅 계획은 소비자 수요에 따라 움직인다”며 “정책이 바뀌면 소비자들의 구매형태가 달라질 수 있기에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입차협회 관계자는 “경유세 인상되면 완성차업체들은 경유차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할인팥촉을 강화할 것이고 그러면 오히려 소비자 구매력은 상승할 수 있다”며 “ 과연 경유세 인상이 경유차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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