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경유세 언급 말라" 이상한 세금 토론회

금기어 된 경유세, 기재부 여론수렴 논란
"경유세 불편한 진실, 터놓고 얘기해야"
  • 등록 2017-07-11 오후 6:21:47

    수정 2017-07-11 오후 6:21:47

기획재정부 유관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11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전반적인 조세정책과 관련한 토론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기재부는 “세제개편을 앞두고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전체적인 조세정책의 방향을 가다듬는 자리”라고 밝혔다. [사진=최훈길 기자]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금 시간이 없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A 교수가 경유세 논란을 언급하려고 하자, 사회자는 이렇게 말하며 제지했다. 이 교수가 다시 언급하려고 하자, 사회자는 “토론회와 직접 연관이 없는 국정과제는 (언급을) 피해달라”고 거듭 제지했다.

결국 A 교수는 경유세를 언급하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나머지 6명의 패널들은 경유세 논란에 대한 언급을 일절 삼갔다. 11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 조세정책’ 토론회에서 경유세는 사실상 ‘금기어’였다.

경위가 궁금했다. 사회자는 기자와 만나 “토론회 시간이 짧았고 (경유세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토론회 주제를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짧지 않은 100분간 진행됐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죄악세, 종교인 과세 등 전반적인 조세정책을 다뤘다. 유독 경유세 관련 발언만 제지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기획재정부·조세연 관계자 모두 “(A 교수가) 말씀 하셨으면 됐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여전히 미스터리다.

무슨 발언을 하려고 했을까. A 교수가 자리를 뜨자 기자들이 달려갔다. 그는 “조세연 연구용역 결과 경유세를 인상해도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크지 않았다. 유지비 때문에 경유차를 샀는데 이제 와서 경유 가격을 인상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한다”며 “경유차와 미세먼지 관계부터 먼저 입증해야 한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상식적인 지적이었다. 하지만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이 발언을 들을 수 없었다.

이날 행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반적인 조세정책을 논하는 국책연구기관의 첫 토론회였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토론회는 세제 개편을 앞두고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전체적인 조세정책 방향을 가다듬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8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타고 있고 정유·자동차·운송업계에 파장이 큰 경유세도 분명 조세정책과 관련돼 있다. 최근 엇갈린 입장이 나오고 있어 의견수렴은 더욱 필요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토론회에서 “‘정부가 바뀐 게 맞나’고 묻고 싶을 정도로 정부의 조세정책이 안 보인다”며 “자신감이 없으니까 놔두고, 문제가 있으면 피해 가겠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복지공약을 지키려면 상당한 재원을 조세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유세를 올리든 내리든 유지하든 ‘불편한 진실’에 대해 숨기지 말고 터놓고 얘기하라는 지적이다. 꼼수보단 정수(正手)로 조세정책을 추진하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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