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발표만 요란한 '세일즈 외교'

  • 등록 2014-10-15 오후 5:40:36

    수정 2014-10-15 오후 5:40:3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세일즈 외교’란 말로 요약되곤 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10번에 걸친 해외 순방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대에 힘을 쏟았다.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손톱 밑 가시’를 뽑는 데도 주력했다. 이러한 성과는 매번 대대적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세일즈 외교 성과 일부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성과 발표만 요란할 뿐 한 번 언론에 보도되고 나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을 국빈방문해 응웬 떤 중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하나은행 호찌민 지점 개설 문제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6년 동안 지점을 신청하고 있는데 아직 지연이 되고 있어서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며 베트남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중 총리는 그 자리에서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와 논의한 후 “가능한 한 빨리 지점 개설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전달됐고, 언론은 ‘박 대통령이 하나은행의 6년 숙원을 풀어줬다’는 취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넘도록 하나은행 지점 개설은 인가가 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에는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9년째 지연되고 있는 포스코의 오리사주 제철소 건설 문제를 협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문제 해결에 대한 인도 측의 약속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기업 애로사항뿐 아니라 일부 정부 차원의 합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최대 성과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연내 타결 합의’였다. 하지만 타결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현재 11번째 해외 순방에 나선 상태다. 오는 17일에는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발표하겠지만, 성과 치켜세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지속적인 후속 조치를 통해 기업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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